묘월은 바쁘다. 날씨가 풀리고 목기운이 사방팔방 퍼져 새롭게 시작하는 계절이다. 자본주의 시대는 시작이 일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일에 매여 묘월을 보냈다. 세상 어리석을수 없다. 그렇게 봄꽃도 제대로 모르고 50대가 되었다. 더 나이들어 다리힘 빠지기 전에 꽃놀이를 인생의 일순위가 되기로 했다.
3월은 바쁘지만 꽃놀이가 일순위로 하기로 했다. 서울의 꽃은 꽃이 아니다. 빌딩과 매연, 일에 매여 보는 꽃이 진짜가 아니다. 내가 반한 구례의 산수유가 진짜 꽃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키워준 산수유를 보러 왔다.
봄휴가 가기 전, 미리 휴가 일정을 선포했다. 올해 근속10주년이라 연차 5일이 추가로 나왔다. 이걸 다 못 쓰면 셰상 어리석은 거라 생각하고, 회식때 팀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난 올해 연차를 다 쓸거라고. 꼭 그럴거라고. 내 포스가 더 강해 아무도 의의를 못 단다.
그렇게 일 마무리를 했지만, 응급상황이 생기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원격으로 봐주겠다고 큰소리쳤다. 내 꿈이 디지털 노마드라 하니 상대도 원하는 꿈이라 한다. 자연속에서 살고픈 내마음을 아는군.
구레행 기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으로 갔다. 마침 무선 마우스 패드가 필요해 카카오용품점에 갔다. 마우스 패드와 무선충전이 되는 어피치 제품이 있었다. ktx 기차 안에서 셋팅 후 사진을 찍어봤다. 캬! 이제 어딜 가도 일할수 있다.
구례역에 내리니 클라이언트에게 전화가 온다. 문제가 발생했는데 말로 다 때울수 있는거다. 숙소에 와서 여유있게 산수유를 둘러봤다.
하늘하늘 산수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리여리 산수유, 사방팔방 산수유천지다. 여리고 작은게 모여 점묘화처럼 수채화를 이룬다. 이게 묘(卯)목이지!
하느님,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아름다움을 보고, 이걸 인생의 일순위로 두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당에 안가도 묘월의 아름다움은 나를 정화시켜 감사기도가 나오게 한다.이게 성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