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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May 12. 2024

동양과 서양의 융합, 정신의학과 사주명리

양창순 <명리심리학>을 읽고

20대 후반, 직장에서 인간관계로 힘들었을 때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은 적 있다. 강남에서 대인관계클리닉을 하시던 양창순 선생님을 찾았다. 당시 칼럼도 쓰시고, 내가 제일 힘들었던 분야인 대인관계를 꼭 집어서 상담해 준다 해서 주말에 강남까지 갔었다. 진료실에서 뵌 선생님의 인상은 너무 고급스럽고 부티가 나서 과연 저 사람이 내 고민을 이해해 줄까였다. 당시 정신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 좋았던 터라 몰래 갔었다. 더 조심스러웠다.


가까스로 직장 내 고민을 이야기하자, 집단상담을 권하셨다. 나처럼 직장생활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단체로 상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하시는 분이 양창순 샘이 아니라 연대 심리학과 대학원을 나온 남자분이었다. 그분이 열심히 집단상담을 했지만, 나에게 안 맞는 심리적 오류를 알려주는 이야기만 해서 결국 그만두었다. 나중에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난 감정형이라 공감이 필요하지, 분석을 통한 생각의 오류 수정은 큰 효과가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이런 인연이 있던 선생님께서 명리학에 대한 책을 썼다 해서 읽어봤다. 참고도서만 117권에 달할 정도이고, 십 년 이상 명리학을 공부 후 쓴 책이라 배울 점이 많았다. 난 서양에서 온 성격분석도구인 에니어그램 상담도 하고 사주명리 상담도 하는 터라 더 흥미로웠다. 심리적 설계도를 그린다는 서양에서 온 정신분석과 입체적인 심리모습을 그린다는 동양에서 온 명리학을 비교하는 것부터 흥미로웠다. 정신분석은 좌뇌로 해서 딱 떨어지고, 명리는 우뇌로 해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차이까지 잘 설명해주셨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실제 진료실에서 정신분석을 해서 객관적인 검사결과를 환자들에게 알려주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사주로 당신은 목화토금수 오행 중 어떤 기운을 타고났는지 설명해 주면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또한, 사주의 대세운에 따라 인생에 어떤 흐름이 있는지 설명하고, 힘든 것도 구채적으로 언제 끝날지 알려주면 위안을 더 얻는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서양의 의사들이 요새 사주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의 정신분석과 동양의 사주를 바교하는 영어논문을 쓰시기도 하셨다. 영어로 사주를 Eastern four pillars therapy라고 소개하고, 사주용어 중 십신을 영어로 소개한 게 흥미로웠다. 이 대목을 읽고, 올 가을에 영어스피치 클럽에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프로이트와 융의 명식과 내담자의 명식도 나오고, 사주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도 잘 그려져 재밌게 읽었다. 책에 양창순 샘이 여름의 바다(임수)라는 것, 정인 편인이 다 있어 사주까지 공부했다는 것, 임수는 가끔은 어두운 생각을 한다는 것 등 솔직한 속내를 밝힌 글을 읽으니 양창순 샘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유튜브에 명리심리학 책을 바탕으로 강의하신 것도 봤다. 결국 명리나 정신분석이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족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다. 현대인들이 많이 하는 비교하기는 그만이다.


또한, 힘들 때일수록 내 마음의 에너지를 긍정적이고 밝게 해야 일이 풀린다는 것이다. 유유상종, 비슷한 것끼리 모이니까.


결국 나도 사주명리를 한 이유도 나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다. 동서양이나 모두 그러길 바라서 태어난 학문이다. 내가 먼저 나를 귀히 여기자. 그리고, 각자 다른 나만의 때를 잘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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