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태리 Jun 01. 2024

걱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가족이다

하나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

화섭 씨는 2019년 충무로 인쇄로 이직했다. 첫 출근날, 내가 따라갔다. 인쇄기 소리가 시끄럽지만, 귀마개를 써도 된다. 커피타임 가질 수 있는 휴게실도 있다. 상냥한 여성 대리님도 계셨다. 이 분을 통해 화섭 씨가 염증반응으로 아침에 통증이 있어 출근 못 할 때 병가도 낼 수 있었다. 때론 화섭 씨의 회사생활도 이 분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름 좋았던 직장이 코로나 이후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운영하던 인쇄소가 2개였다가 하나로 줄더니 급기야  문을 닫는단다.


요즘처럼 디지털이 발달해 종이보다 패드로 인쇄물을 읽는 시대엔 인쇄업이 사양산업이다. 나 또한 다니던 회사의 일이 줄었다. 다들 경기가 안 좋다 하니 그 여파가 화섭 씨에게 온 것이다.


처음 화섭 씨 회사폐업 소식을 듣고, 난 가족 뷔페 외식을 제안했다. 그간 꾸준히 일해온 화섭 씨를 격려하고 싶어서다. 마무리를 잘해야 시작도 잘하기 때문이다.


동네에 마침 새로 연 애슐리퀸즈가 있었다. 평일 런치로 가니 저렴했다. 엄마가 식초를 팔아 돈 벌었다면서 쏘신단다. 오케이.



뷔페를 먹으며 화섭 씨에게 현재 심경을 물어봤다.


"왕따 당할까 봐 걱정돼."


이전에 직장 내 화섭 씨를 괴롭히던 동료가 있었다. 새직장은 미지이니 또 그런 사람 만날까 봐 걱정되는 것이다. 천성이 걱정이 많은 화섭 씨다.


"요새는 직장 내 왕따 신고할 수 있는 곳도 있어. 그런 일 생기면 도와줄게."


걱정이 많아 대비를 해놓는 게 편하니 미리 대안을 알려준다. 그랬더니 뷔페 뽀지게 먹는 화섭 씨. 자폐는 시야가 좁은 터라 화섭 씨가 좋아하는 치킨을 못 찾더라. 내가 전체를 본 후, 좋아할 만한 메뉴 있는곳으로 안내해 줬다. 3인분은 먹은 화섭 씨. 탄수화물보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먹으라고 잔소리했건만 안 듣는 화섭 씨. 식습관이 잘 안 바뀐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있는 곳까지 안내해 줬다.


다 먹고 미리 알아본 재취업 정보를 나누었다. 요새는 바리스타 일자리가 많고, 나이가 있어도 성실하면 취업이 된단다. 집에서 가전도구도 잘 쓰고, 보이차도 잘 우리는 터라 바리스타 교육 물어보니 의외로 하겠단다. 카페도 좋아하는 화섭 씨다.


이제 6월이니 차근차근 화섭 씨 재취업 프로젝트 해보자. 이미 잘했던 경험이 있으니 괜찮다.

엄마가 키우시는 오이꽃. 시작하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순환농업의 정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