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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un 02. 2024

빨간머리의 시대

50대에 처음 한 빨간머리

난 페이스북을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교류하는 도구로 쓴다. 기질상 한국의 가부장적인 틀을 싫어했던 나는 해외교포들이나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자유를 느껴왔다.페이스북이 그분들과 연락하기 쉬운 도구이다.


하루는 나랑 동갑인 호주 교포 페북에 빨간 머리를 한 사진이 올라왔다. 나랑 동갑이 한 빨간머리라 더 와닿았다.50 대가 되니 인생이 빠르다는것도, 이젠 하고 싶은게 있으면 미룰 시간도 부족하다는 자각이 든다. 50대야말로 평생 하고 싶었던 빨간 머리를 해보기 좋은 나이다.


미용실에 가 상담하니 빨간 머리까지 여정이 길다. 먼저 탈색을 해야 한단다. 그 위에 색을 입히는거란다. 설명했던 남자헤어디자이너의 염려가 재밌다. 사회적 위치가 있으시면 빨간 머리가 어렵지 않겠냐고. 난 누굴 가르치지도 않고, 권위를 세울 직업도 아니니 그냥 하라 했다.


탈색을 한 날, 비가 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탈색 금발머리 내 모습이 좀 낯설고 이상했다. 사람들 반응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내 머리색깔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건 없으니 당당해지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날이 개이고 해가 뜨고 머리가 뽀송하게 마르자 금발이 더 도드라지게 보였다. 출근하니 젊은 직원들이 반겨준다. 다들 멋지다고, 따라하고 싶다고 한다. 검은 머리 흑백tv의 시대에 살다 컬러tv의 시대로 와서 다채로워진 기분이다. 인스타,페북,카톡 등 지인들에게 알리니 다들 환영이다. 4050 중 두 분이 나를 따라하겠다고 한다. 탈색은 과정일 뿐 레드가 최종목표라 하니 기대된다고 한다.


드디어 오늘 레드로 변신했다. 빨간 장미의 계절답게 레드머리를 장착했다. 헤어디자이너 왈, 초여름과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염색을 많이 한단다. 야외활동이 많아지고 날씨가 좋으니 컬러풀한 헤어를 찾는단다. 그러다 겨울이 오면 다시 블랙으로 돌아간단다. 계절에 영향을 받아 감정이 달라지는게 인간이다.


중1 조카에게 보여주니 자기는 이미 5가지 색깔로 머리를 염색해봤단다. 머리 감을때마다 물이 빠지니 보색샴푸를 써야한단다. 요즘 십대들은 미용이며 화장을 다 해서 나보다 아는게 많다. 염색 해보니 유지비용이 든다. 연예인 머리는 다 돈이었다. 화무십일홍처럼 순간 피는 꽃 같은게 염색이구나. 새로운 걸 알아간다.


요즘 음악반에서 세컨 오브에를 연습하느라 애쓰는 조카에게 치킨을 쐈다. 베토벤 심포니를 연습한다해서 나중에 공연에 불러달라 했다. 빨간머리로 화제거리를 만들고 소통하는게 좋다. 그래서, 빨간머리앤이 그리 수다스러웠나? 빨간머리를 한 나를 보고 싶다해서 부르는 곳이 많다. 그걸로 됐다.


예의바른 조카의 치킨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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