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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ul 02. 2024

이런 대접 처음이다

누구나 보편적인 성장과 도전의 욕구가 있다

처음 동생이 실직했을 때 연락해 본 곳은 평소 친분을 쌓았던 현직 특수교사다. 복지분야의 정책이나 일자리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요새는 바리스타가 일자리가 많아요."

"동생이 중년인데도 가능할까요?"

"중년이어도 성실하면 당장이라도 일자리가 있어요. "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바리스타 직업훈련자리를 알아봤다.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바리스타 훈련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지원하니 평가를 받아야 한단다.


평가... 어릴 때부터 수많은 시험과 평가를 치뤘지만, 왠지 떨리는 과정. 그래도 이미 경력이 있는 화섭 씨라 조금만 준비하면 될듯했다. 센터에서 준비 서류를 줄 때 통화에서 어떤 걸 평가하냐고 대놓고 물어봤다. 같이 훈련받는 동료와의 사회성과 훈련의지를 주로 본다고 했다. 이 센터가 생긴 건 2019년이다. 최근에야 나이제한도 없어졌다한다. 이런 열린 기회 감사드린다고 했다.




평가전, 서류를 준비하며 동생과 면접 준비를 했다.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 무엇을 배우고 싶냐, 여기 들어오면 배울 의지와 포부는 있는지.. 내가 면접관이 되어 예상 질문을 준비해 몇 번 역할놀이를 하니 꽤 잘 대답한다. 아들바보인 엄마는 화섭 씨가 뭐라고 해도 대답 잘한다고 옆에서 귀명창 역할을 한다.




드디어 평가당일. 아침부터 홈카페 오픈. 바리스타 되고 싶다는 화섭씨 시켜 핸드드립커피 내리게 했다. 얼굴을 보니 면도가 필요하길래 커피 내리고 면도하랬더니, 원두에 물을 부어 넣고 바로 욕실로 가서 면도를 한다. 바리스타는 커피 다 대접하고 다른 일 해야지! 라고 잔소리하려다 그래 면도하고 와라 그냥 둔다.


커피를 마시고, 팩도 하고, 옷도 단정히 입다. 밖에는 장마비가 퍼붓는다. 마음은 최대한 뽀송한 희망을 장착한다. 마지막 모의면접한다. 준비완료하고 제기동역으로 출발.


가는 지하철에서 떨리다고 자꾸 고개를 숙이는 화섭씨. 심호흡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도착해보니 이곳은 화섭 씨가 좋아하는 금성(LG)의 옛날 가전제품전시장이 있는 경동시장 근처다. 비를 뚫고 당도하니 벽화가 예쁜 곳이다. 입구에 평가자를 안내하는 분들도 계시다.

면접장에 가니 화섭 씨보다 젊은 20대로 보이는 분들이 평가대기 중이다. 화섭 씨는 떨린다고 눈을 감고 있다. 다시 심호흡을 하라고 알려줬다. 가족이 따라온 건 나뿐이다. 잘 생기고, 느리게 말을 하는 선생님께 평가절차를 들었다. 발달장애인들은 저렇게 대해야 하는데 말이 빠른 내가 반성됐다. 평가 종료시간을 듣고 나 먼저 귀가했다. 여기서부터 온전히 화섭 씨 몫이니까.




평가시간이 끝난 후 전화했다. 평가결과가 언제쯤 나오는지 궁금하다 여쭤보니, 화섭 씨는  합격해서 전화를 드리려고 했단다. 성격 급한 누나다.  추후 해야 할 상담이나 입학 준비에 대한 안내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화섭 씨 누나로서 서울의 장애인 복지혜택에 대해 체감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처럼 뭔가 존중받고 체계적으로 안내받는 건 처음이다. 훈련센터 시설도 좋고, 유명기업들의 브랜드도 보였다. 기업에서 장애인 직업분야에 예전보다 마음을 많이 연 흔적이 보였다.


직업훈련은 약 6개월 정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제 시작일뿐이다. 40대 나이에 하던 거 말고 새로운 걸 도전하겠다는 동생이 기특하다.


매일매일이 새 날이다. 그러니 새로 도전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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