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병술년생인 우리 엄마.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든다. 이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똑같이 부여되는 삶의 순리다. 나이가 들어 육체적인 힘을 점점 잃는다면, 언젠가 내가 엄마의 모든것을 봉양할 날도 올까 미리 걱정도 된다. 하지만, 미리 걱정은 금물. 당장 앞에 놓인 이 순간만 살 수 있으니까.
엄마의 몸의 힘이 빠지는게 가끔 눈에 보인다. 근데, 그게 다행히 귀엽다. 저번에는 가위를 들고, 내 방에 들어와선 머리에 껌이 붙었다고 잘라달라는 엄마. 그 모습이 코믹하다. 껌을 씹다 졸려서 머리맡에 두고 자는 엄마 모습이 그려진다. 토토로가 숲속에서 낮잠자는 모습처럼. 웃으며 머리를 잘라드렸다.
오늘 새벽엔 깨어서 빨래를 개고, 작은 방 서랍장에 넣으려고 보니 응급 키트함이 있는 서랍이 열려 있다. 그 앞엔 핏방울도 떨어져 있고. 모든게 활짝 열려 있어, 뭔일이 있었나 싶었다. 물어보니 호박전을 만들려고 호박을 썰다 잘못 베어 급하게 반창고를 붙였다고. 다 붙이고, 뭐가 또 급했는지 서랍을 닫지도 않고 달려가신거다. 지금은 베인데 괜찮냐고 하니 오케이란다.
육체적 힘이 떨어지며 마무리 하던것도 못하겠지만, 어설퍼지고 서툴러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낙천적인 엄마라 그 어설픔이 귀엽다. 모자람을 귀엽게 보기로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1931년생 작가가 쓴 <여기저기 안 아픈데는 없지만 죽는 건 아냐>다. 여러가지 질병과 배우자의 죽음 등 노화로 인한 변화를 여유있게 받아들인 글이다. 노화는 연약해져가는 몸을 직면하게 만든다. 또래 친구를 만날때마다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몸타령이 점점 는다. 그럼에도, 그 노화를 귀엽게 여유있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미리 장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