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합격 후 절차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상담을 하는 거다. 보호자 신분으로 같이 참석했다. 취업상담사가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를 설명해 주셨다. 취업 후 3개월마다 지원금이 나온단다.직업기능스크리닝 검사와 각종 설문조사를 했다.직업에 대한 질문들에 아주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를 체크하는 거다. 화섭 씨는 대부분 그렇다 쪽을 체크하는데 추가근무를 할 수 있다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를 체크하는 거 보고 옆에서 빵 터졌다.
설문 후, 일과나 취미에 대해서도 물었다. 난 각종 응모가 취미이며 특히 LG가전에 대한 애정이 뛰어나 가습기부터 무선청소기, 최근에는 인터넷tv까지 탔다는 말에 상담사는 좋겠어요라고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이때다 싶어 각종 응모하느라 추가근무를 달가워 안 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직장 내 애로사항 이야기하다 예전에 직장동료가 폭언으로 힘들게 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자리를 뜨려는 화섭 씨. 내가 예전 기억이 떠올라 힘들어하고 감정을 읽어주니 상담사도 "괜찮아요. 그저 화섭 씨가 어떤 분인지 알아보려 한 거예요."라고 질문의도를 설명해 줬다.
돌아오는 길에 왠지 힘이 났다. 동생의 개인 특성에 맞춰 배려해 주신 것이 감사했다.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면서 약자라 소외되고 오해받은 정서적 기억이 많다. 그래서, 세상에 삐졌었다. 그게 복지제도의 발달로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이미 생겼던 복지제도였는데 동생의 실직으로 발견한 것일 수도 있고.
한때 국공립시설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배운 건 복지제도는 찾아 먼저 신청한 사람몫이라는 것. 그러니 장애인 가족들은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쪽은 계속 변하고 내가 모르는 새에 뭐가 생겼을지도 모르니까. 어제의 홀대가 계속 이어지진 않으니까.
며칠 후, 훈련센터 입학식이 있었다. 안내문자를 보니 30분 안에 끝난다 했다. 입학식 후 엄마와 셋이 축하식사를 하기로 했다. 근처 냉면집에 갔다. 왕갈비탕, 냉면을 시켰다. 엄마가 쏘셨는데 화섭 씨 입학 축하하니 만두도 추가해야 한단다. 내가 옆에서 엄마 참 돈도 많으시다고 추임새를 넣어줬다. 가족끼리 소소이벤트가 행복의 질을 올려준다. 만두가 나오자 작은 접시에 내 몫을 담아주는 화섭 씨. 요럴 땐 가족은 나누는 거라고 잔소리한 보람이 있다.
식사 후, 화섭 씨는 먼저 가겠단다. 느린 누나와 엄마와 다니는데 본인 맘대로 속도내고 싶어 해 항상 귀가는 혼자 가게 해준다.
엄마와 둘이 근처 경동시장에 있는 서울한방진흥센터에 갔다.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다. 한약에 대한 전시와 체험프로그램이 있다. 족욕과 마사지를 했다. 마사지 기계로 손과 발, 침대에선 몸 뒤 부분을 뚜드려주는데 이완되고 좋다. 체험 후 한방카페에서 예쁜 떡과 차를 마시고 왔다. 고난의 동굴을 지나 꽃밭을 거니는 기분이다. 이대로만 죽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