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수신의 신호(2)

나를 위한 긴급편성자금 이백만원 쓰기

by 긍정태리

먼저 외로움을 다루는 팁을 얻기 위해 책을 주문했다. 마침 자주 가는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책이 있었다. 제목은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껴질때>. 내 마음과 사이좋게 지내는 29가지 방법이 나오는 책이다. 요새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는 게 이 책의 마케팅이었다.


책을 주문해 읽기 시작하자, 이 책이 추천하는 주제가 느껴졌다. 바로 나 혼자만의 시간의 질을 높이라는 것. 그냥 혼자 있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 하자. 또 다른 팁은 멀리 떨어져 있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믿을 것.


이 두 가지 주제를 이해하자, 카카오 뱅크에 발효음식처럼 묵혀 두었던 정기예금이 생각났다. 이 은행의 기능 중 만기전에 긴급 출금 2회를 허용한다. 이백만 원을 과감히 나 혼자만의 시간의 질을 높이는데 쓰기로 했다.


먼저 점심시간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회사 근처 평소 가보고 싶었던 레스토랑에 갔다. 1층 입구에서 QR코드를 체크하면서, 파스타를 먹을 거냐고 물어본다. 메뉴판을 보고 그러겠다고 하니 2층의 정원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한다. 이 장소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메뉴판을 보고, 리조트만 시키려다, 야채가 먹고 싶어 샐러드 메뉴를 봤다. 브리타 치즈 샐러드라고 생전 처음 보는 치즈 이름이었지만, 과감하게 시킨다. 나에게 돈 이백만 원이 있으니. 리조뜨와 샐러드는 너무 맛있었다. 특히 브리타 치즈는 최고였다. 내친김에 디저트까지 커피랑 첨 보는 빵을 시킨다.


점심을 맛있는걸 아름다운 장소에서 먹으니 머리가 순환되는 것 같다. 추웠던 몸이 녹는 것 같다. 무얼 하고 싶은지 더 생각해 실천했다.


평소 사고 싶던 쇼핑몰 옷 지르기

꾸까 꽃 정기구독 2개월 (겨울에 우울증으로 힘든 나를 위한 위로)

크리스마스트리용 블루버드 식물 주문 (식물 잘 못 키운다고 사지 말라는 엄마 설득하기. 조경학자 분께 키우는 팁 들음)

논문 쓰느라 수고한 친구 불러 둘이 한우 먹기 (외로울 때 남에게 베푸라는 팁 실천)

따뜻이 잘 수 있게 황토매트 구입

건조한 피부를 위해 화장품 구입

방크시 전시 티켓 구입

(예정) 연말에 사람들에게 커피 쿠폰 쏘기 (남에게 베풀면 외롭지 않다)

(예정) 영국인과 아침에 20분씩 대화할 수 있는 화상영어 신청

(예정) 강남역 홍차 집 가기

(예정) 강남역 러시에 가서 머리 감고 족욕하고 제품 사기


이렇게 정리해보니 내가 무얼 할 때 행복해하는지 알겠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수고한 사람들에게 베풀 때이다. 그간 코로나 핑계 대며 새로운 경험을 너무 안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사주는 겨울이 힘든 형국이다. 실제로 겨울이 시작해 날씨가 흐려지는 게 오래되면 우울해진다. 북유럽에는 죽어도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힘들어진다. 그럴 때 알록달록, 초록 식물들을 많이 보고, 그런 제품들을 사는데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내가 행복해야 모든 걸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이 내 행복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면 나는 평생 외롭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남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걸 과감히 하는 것이 외로움을 없애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연결되었다고 믿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에는 외로움을 다루는 장관이 있다 한다. 외로움은 흡연보다 안 좋다고 한다. 이런 걸 그냥 방치한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너무 무자비한 일이다. 이제는 결코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겠다. 나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자신에게 투자하십시오. 그것은 최고의 이자를 지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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