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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엄마 Feb 12. 2023

뇌전증 병역비리를 보며

되려 용기를 얻다

얼마전 뇌전증 병역비리 기사를 보았다.

몇몇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엮여 있었고...

또 어떤 엄마는 아이를 뇌전증 환자로 꾸며 119에 신고해 뇌전증 판정을 받아 보충역 4급을 받았단다...

뇌전증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참담했다.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면...

아이의 경련 양상과 경련을 일으킨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을 해놓는 게 좋다.

의료진들도 보호자들이 당황하며 경련 양상과 시간을 잊는 걸 알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을 해오라 하기도 한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영상을 보여주는 게 낫기 때문에

나 또한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핸드폰을 찾아 동영상 촬영버튼부터 눌렀다.


그치만...

어떤 부모가 자기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담담히 영상에 담을 수 있겠나...

경련하는 아이를 편하게 눕히고 아이 이름만 애타게 부르며...

괜찮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엄마 옆에 있다고...

정말 어쩔 수 없이... 경련 중인 아이 얼굴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촬영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짧은 경련을 할 땐...

의료진에게 보여주기 위해 미리 영상을 찍으며 경련하는 모습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경련하는 아이를 촬영만 하며 보고 있어야만 하는 마음을...

그때의 심정을... 과연 어떤 부모가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뇌전증 환자인 척 연기하라 시키고 119를 부른 부모라니...?

119를 부르기 전, 그들은 아마도 진짜 뇌전증 환자처럼 보일 수 있게 장난치며 웃으며... 연습을 했을까...


내 아이가 진짜 경련하는 모습을 촬영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해아려보려 했다면...

119에 신고하며 울부짖을 수 밖에 없는 보호자들을 알았다면...

단 한 번이라도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해봤다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한 자, 한 자... 써보고 싶어졌다.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단 한 사람이라도... 아, 정말 힘들겠구나... 하고 작게 고개만 끄덕여줄 수 있다면...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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