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간의 3:1 케톤식이와
1년 간의 1.77:1 엣킨스
총 2년 4개월의 케톤식이를 끝내고 저당식이를 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일일이 양파 무게를 재고, 버섯 무게를 재고, 고기 무게를 재고 주었던 때가 겨우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의 시간들이 벌써 흐릿해지려 한다.
가끔 남편에게 그걸 2년 넘게 대체 어떻게 했지? 하며 묻기도 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맞는 것 같다...
아이가 식이치료를 막 시작했을 때
친정엄마는 사람이 어떻게 쌀밥도 안 먹고 살 수 있냐고 엄청 안타까워하셨다.
볼 때마다 밥 한 술 먹였으면... 하셨는데...
드디어... 저당식이로 넘어간 덕분에 아이는 거의 2년 반 만에 아이는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
현미밥이라고 해봤자 겨우 35그램,
어른 수저로 딱 한술밖에 되지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이 힘든 식이치료를 견뎌오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아이의 경련이 거짓말처럼 멈춘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퇴행하던 인지 발달도 많이 올라왔다.
이것만 보면 너무나도 완벽한 치료법이지만...
성장은 그렇지 못했다. 당연하다.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는 것이니 키가 크면 그게 이상한 것...ㅠㅠ
만 6살에 시작해 만 8살까지 2년 넘게 케톤식이를 진행하면서 아이의 키백분율이 뚝뚝 떨어지더니
저당식이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3%대까지 떨어졌다.
2021년 7월 케톤 시작 시 키 112.2cm / 몸무게 20.7kg
2022년 10월 엣킨스 시작 시 키 117.1cm / 몸무게 21.6kg
2023년 10월 엣킨스 종료 시 키 118.8cm / 몸무게 23kg
2년 4개월 동안 겨우 6.6센티미터가 컸고, 몸무게는 2.3킬로그램이 늘었다.
보통 아이들이 1년에 5센티씩 정도 큰다고 하니 우리 아이는 그보다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작년엔 같은 학년 아이들 몇몇이 자신을 볼 때마다 난쟁이라고 놀려서 숨어 있었다는 아이 말을 전해듣고는...
케톤식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친구나 동생들이 키 작다고 놀릴 때마다
"많이 못 먹어서 그렇거든!" 하며 오히려 당당하게 소리치는 아이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저당식이 한 달 차...
아이의 키는 119.4cm / 몸무게 25kg 이 되어 있었다.
2년 동안 겨우 2.3킬로그램 늘었던 몸무게였는데...
한 달 사이에 2킬로나 늘다니 이제 키만 커주면 좋겠다 싶었다.
식이치료 때문에 아이는 내분비과 검사도 꾸준히 받고 있었는데,
키가 3% 밑으로 떨어졌다며 성장주사 치료를 권유받았다.
무조건 성장주사를 맞히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나는 신경과에 OK 사인을 받고
저당식이 1개월 차에 성장주사 치료도 시작했다.
1개월, 2개월... 아이 키크는 속도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보였다.
그 결과 저당식이 4개월차, 성장주사 치료 3개월차의 아이의 키는 123.1cm, 몸무게는 26kg이 되었다.
3% 밑으로 떨어졌던 키 백분위가 5%까지 올라왔다.
성장주사가 경련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잘 버텨주고 있고,
매일 자기 전에 주사를 맞는 것도 힘들 텐데 키가 크는 주사라 하니 그것도 군소리 없이 잘 맞아주고 있다.
이제 더 잃을 것 없이 건강하게 쑥숙 자라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