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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엄마 Feb 14. 2024

파이탕! 이면 어때~

오늘 아침...

아이 학교를 보내고 청소를 하고

책상에 앉았더니 책상 위에 턱 놓여있는 초코파이 하나.

그리고 "엄마 힘내 파이탕!"이라고 적힌 쪽지 하나.


보자마자 이게 얼마나 먹고 싶을까 싶어 울컥하기도 하고,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싶어 웃기기도 하고,

이런 게 자식 키우는 맛인 건가 싶기도 하면서...

온갖 감정들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어제 친구가 줬다며 손에 들고 꼬깃꼬깃한 초코파이 개를 나보고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먹겠다고 하니 이렇게 몰래 써놓고 간 것이다.

녀석 마음이 예뻐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이다.


그리고 '파이팅!'을 '파이탕!'으로 적은 걸 보니 한숨이 나오려다가...

문득 그래! 그럼 좀 어때~! 하는 마음이 퐁퐁 샘솟았다.

뇌전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로 한글을 늦게 떼었고,

초3이 는데도 쉬운 띄어쓰기나 맞춤법도 많이 틀리는 건 물론이고 쓰기 자체가 느리고 더디다.

1년 동안 경련 증상을 잡지 못할 땐 숫자 '8' 하나 쓰기를 한 시간 넘게 붙잡고 가르쳐도 되질 았다.

달래도 보고, 화도 내 보고, 혼도 내 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뭘 가르치는 게 무의미한 시간들이었다.

건강하기만을 바라던 그런 시간들도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조금 나아지니 이것도 잘했으면 좋겠고, 저것도 잘했으면 좋겠고...

건강하기만 바랐던 마음이 눈녹듯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이걸 보니...

아이의 마음만큼은 훨씬 더 단단하게 자란 게 아닌가 싶다.

맞춤법 고거 좀 틀리면 어때~

덧셈, 뺄셈 좀 못하면 어때~

구구단 좀 헷갈리면 어때~

지금도 충분히 잘 자라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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