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필
데파코트 스프링클
트리랩탈
케프라
리보트릴
라믹탈
센틸
엑세그란
파이콤파
토파맥스
빔스크
큐팜
아이가 뇌전증을 판정받은 뒤 경련을 멈추기 위해 1년 동안 시도한 항경련제 약 이름이다.
뇌전증 환자들 중 30%는 한 가지 약으로 경련을 조절이 된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는 이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세번째 경련 이후, 약을 먹이기 시작했지만
아이는 10~12일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이내에 1분 내외의 경련을 일으켰다.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소아 뇌전증 보호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의 글들을 찾아보니
뇌가 경련하는 것을 기억한다고 했고, 맞는 약을 찾아 그 기억을 끊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뇌전증 약은 원인을 찾고, 제거하여 병을 낫게 해주는 게 아니라
뇌세포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눌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이 맞지 않으면 계속 경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적으로 발달해왔으니까...
원인도 없으니까...
나는 빨리 약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의 경련은 쉽사리 멈출 줄 몰랐다.
이제 괜찮겠지...? 하면 어김없이 경련이 찾아왔고...
결국... 유치원에서까지 아이가 쓰러졌다.
일부러 늦게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지 10분 만이었다.
울면서 달려간 유치원에서...
아이는 선생님 품에 안겨 멍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절망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렇게 아이가 다시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나는 아이를 끌어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맞지 않는 약은 중단하고, 새로운 약을 추가하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맞는 것 같으면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약을 추가했다.
아이가 먹어야 하는 항경련제 약의 가짓수도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약을 넣고 뺄 때마다 증상이 줄어들기는커녕 부작용은 물론이고 오히려 다른 증상들까지 생겨났다.
1분 내외의 경련은 물론 움찔거리는 증상까지...
한 달...
두 달...
점점 악화되어 가더니 아침에만 했던 경련이 시간을 가리지 않게 되었고,
10~12일에 한 번하던 것이 매일 매일 보였다.
급기에야 아이는 잠잘 때 빼고는 얼굴 쪽이 움찔거리는 경련을
횟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하루종일 했다.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다.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다가 겨우 다시 시작한 유치원도 보낼 수가 없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무서웠다. 지옥 같았다.
나아지겠지... 내일은 좋아질 거야... 했지만
매일 심해지는 아이를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
뇌파검사와 첫번째 병원에서 찍지 못했던 MRI를 찍었다.
MRI에서는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뇌파검사는 예상한 것보다 더 좋지 않았다.
담당 교수는 자칫하다가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으로 갈 수 있을 만큼 뇌파검사가 좋지 않다고 했다.
찾아보니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뇌전증 중에서도 약물로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고,
완치도 어려운 병이었다.
단 6개월만에... 이럴 수가 있을까.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냥... 정말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당시 아이는 세 가지 약을 먹고 있었다.
옮긴 병원에서 그 중 한 개의 약이 움찔거리는 증상을 악화시켰을 거라고 했다.
그 약을 빼고, 다른 약을 추가하면서... 다시 맞는 약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 막 일곱 살이 된 작은 아이에게...
실험하듯 독한 약들을 먹이고, 경련을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리고 과연...
이렇게 매일같이 하루종일 하는 이 경련을 멈출 수 있을까...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