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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현 Jan 13. 2019

안동준 59세, 기업임원

“이야, 나 청바지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 입어본다"

아들 둘의 아버지는 다소 냉소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청바지를 30년 만에 입었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지금의 그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달려왔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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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쯤 먹으면 주변에서 그래, 딸 가지고 싶지 않으냐고. 근데 나는 그런 생각이 없어. 첫째가 딸 역할을 해. 쟤(첫째 아들)가 좀 특이해. 나도 무뚝뚝하고, 집사람도 다정한 편은 아닌데, 쟤는 우리 안 닮았어. 


아까도 얘기했지만 내가 조금 무뚝뚝해. 표현을 잘 못 해. 요즘은 주말이면 청주 가서 공친다고 소홀하고, 뭐 조금 미안하긴 해. 그래도 아들한테 스킨쉽은 잘해. 궁둥이 두드려주고, 어깨 두드려주고, 안아주고.


이런 아들이 어딨어. 본인도 부모님께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잘 안 하잖아. 우리 아들…. 오늘 맥주 한잔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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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들을 ‘우리 아들’이라 부르고, 아들은 아버지를 ‘우리 아빠’라 불렀다. 아무래도 낯선 경험이라 불편한 기색도 없지 않았지만, 아들의 “우리 아빠, 너무 멋지다.” 라는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포즈를 취했다. 


아들의 팔을 조심스레 잡고 계단을 오르는 그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빠에게

아빠. 아빠가 늘 하는 말 있지. 든든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아빠는 우리 가족에게 너무 든든한 아빠야, 알고 있지? 아빠, 내가 아빠를 왜 안 닮았어? 아빠 젊었을 때 사진 보면 엄청나게 멋쟁이던데?

몇 년 째 같은 옷 입지 말고, 이번 기회에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신청했어. 좋은 추억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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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정현 Junghyun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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