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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현 Jan 13. 2019

사재희 49세 / 엔지니어

“옛날 같았으면 못 왔어. 아빠 일하러 간다고 했을 거야.”

그는 열여섯에 가장이 되었다. 군대를 다녀와선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고, 곧이어 아빠가 되었다. 꿈? 그게 가능했을까. 현실이 그를 움직이게 했으리라 감히 짐작해본다. 그런데도 그는 웃는다. 행복했다고 한다. 물론 더없이 그렇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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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까지 배구를 했어. 경기도 대표까지 했지. 때려치우고 나서는 일만 죽으라 했고. 매일 새벽 두, 세시까지 철야하고, 주말에도 나갔어. 그래야 월급을 두, 세배로 받거든. 버는 맛은 있었어.


군대 다녀오고 회사에서 집사람을 만났어. 이 여자다 싶더라. 몰래몰래 만나다 확 잡아챘지. 남자는 기회를 놓치면 안 돼. 그래서 바로 은비를 만들었지. 손만 잡았는데 생기더라. 그게 최고의 혼수야 하하하.


그래서 내가 첫째와 둘째한테는 미안한 게 많아. 추억이 많이 없어. 집사람에게 맡겼지 뭐. 여행? 그런 거 없었어. 못 해줬어. 그냥 같이 벌초나 다닌 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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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자에게 예쁘단 표현을 하게 했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평생에 처음 입어보는 옷도 어색하고, 카메라도 어색해 보였지만 계속 웃었다.


이제야 조금 여유를 갖고 산다고 했다. 자전거도 타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며 삶의 질을 높이면서.


아빠에게

아빠, 그동안 고생 참 많이 했어. 미안해하지 마. 아빠가 우리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 이제는 아빠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아빠 인생에 최선을 다해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나 인천 데려다주고 자전거 타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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