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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현 Jan 13. 2019

문영주 61세 , 축산업

“촌에 있으니까 일복만 입지~ 서울역도 다 바꼈네?”

그는 서울이 30년 만이라고 했다. 기차도 처음이라고 했다. 힘이 넘치는 걸음과 목소리와 달리, 말 수가 적었다. 가끔 ‘글치~’하며 ‘허허’하며 웃을 뿐이었다. 걱정하던 찰나에 딸이 속삭였다. 

‘아빠 저 정도면 기분 되게 좋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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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랑 마지막으로 사진 찍은 게 20년도 더 지났다. 이래 차려입는 것도 30년 만이고. 첨에는 왔다갔다 차비도 아까웠는데, 딸내미가 오라 하니 우짜노. 첨엔 머 쪼매 어색하드만, 재밌었다. 고맙다.


딸내미 손 한 번 제대로 잡아준 적이 없다. 손잡고 사진 찍고 이라니까 문득 죄스럽단 생각이 들더라. 또 쪼매 있으면 호주 들어가는데, 지 알아서 잘하겠지마는 후딱 들어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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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무한한 응원에도 그는 어색함이 가시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촬영 내도록 그의 눈은 딸을 향했다. 

아빠에게

아빠. 어렸을 땐,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적도 있고, 싫었던 적도 있어. 나이를 먹은 지금도 이해가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네. 그런데도 나는 아빠를 존경해.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든 나는 당신을 존경하고 응원해.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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