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모험가의 국토대장정 후기 (1)

빙빙 돌아 다시 제자리로

by 서툰 모험가

15일간의 국토대장정을 마친 지 4일이 되었다.

생각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다만 마음이 약간 붕 떠있는 것 이 느껴진다.

동화 속 주인공으로 살다가 시간이 되어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시 잡고 현실 세계로 다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이렇게 후기를 남겨본다.


국토대장정을 마치고 16일째 되는 날

개인적으로(수학여행, 수련회 제외) 처음 고속버스를 타보는 시간이다.

오늘의 일정은 땅끝마을 정류장에서 해남 버스터미널을 거쳐 고속터미널로 가는 일정이다.

아침 차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땅끝마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국토대장정을 끝난 상태에서의 아침은 모든 게 새로워 보였다.

아침의 햇살을 더 여유 있게 느낄 수 있었고,

주변의 작은 물결 새소리마저도 나의 시선과 발걸음을 머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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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걷지 않는다고 하니

거추장스러웠지만 나를 보호해 주었던 마스크, 팔토시, 두건 모두를 가방에 넣었다.

이제 정말 버스를 타면 이 여정은 일단락되는 것이다.

버스를 타니 몸이 붕 뜬 느낌이 난다.

땅끝전망대가 관광지이긴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기념품으로 사갈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해남 버스터미널 근처의 빵집에서 고구마 빵 몇 개를 샀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숙소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어플로 기록을 남겨 보았다.

대중교통으로 거리가 458km 정도이고 총시간은 약 7시간 정도 걸렸다.

나는 이 거리를 15일간 끊임없이 걸었다.

누군가는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일 뿐이라 말할 수 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선택의 순간이었다. 혹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이런 결정을 하겠냐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 없이 또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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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복귀한 지 4일째이다.

15일간의 국토대장정을 마쳤다고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그리웠던 아이들의 소리가 때로는 귀찮고 힘들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시커멓게 탄 손가락과 조금 홀쭉해진 배 빼고는 15일 전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러나

힘겹게 걸으며 생각했던 수많은 시간

전혀 모르던 사람들의 응원과 환대 속에 감격하던 순간

때로는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 찼던 시간

지치고 지쳐 땅만 보며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랬던 순간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15일간의 순간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를 조금 더 인정하고 나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40여 년간 누군가가 원하는 사람으로 형성된 내가 그리 쉽게 바뀔 수는 없다.

오히려 쉽게 바뀌는 그 길이 나를 더 미궁에 빠뜨리는 길 일 것이다.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정직하게 나를 대면하자

그리고 대면한 나를 타인처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아껴주고 보듬어주자


나는 충분히 아껴줄 만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툴러도 괜찮아!

누가 너를 기다려주지 않아도...

내가 너의 서툼을 사랑해 주고 기다려줄게!!

서툰 모험가의 국토 대장정 돌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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