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마음
where do you arrive ?
......
where do you arrive ?
...JFK
비행기를 내려서 미국 입국심사때까지 나는 어느 공항으로 가는지 몰랐다. 내가 가는 곳의 공항이름도 모르고 비행기를 탄 것이다. 입국심사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이유는 진짜 몰랐기 때문이었다. 옆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입국 심사를 벗어나 미국이란 낯선 땅에 들어가게 되었다. JFK 공항에서 쉑쉑버거를 하나 먹고 나서 렌트한 차를 차고 일행과 버지니아 주로 향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전혀 몰랐고, 그곳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도 모른채 말이다. 낯선 땅에 들어가는 것은 괜히 이방인이 되는 느낌이었고, 나는 여행내내 이방인이었다.
아는 분 집에 숙소를 잡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한잔과 책 한권을 읽으며 담소를 나눴다. 미국의 싱글하우스에 반해서, 넓디넓은 잔디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먹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한국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 보다는 여유가 있어서 좋았고 잔디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을 잔뜩드는 평화로운 오후의 일상이었다. 나는 미국이란 낯선 땅에 여행객이자 이방인으로 서있었다.
어느 날, 티타임에 그곳에 사는 분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가 오고 싶어하는 미국이란 땅에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은 내게 미국이란 땅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했다. 미국엔 거의 자기집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빚지고 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 미국이라고 했다. 거기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수없는 사회구조까지 ...언젠가는 한국이 미국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가 사는 집은 좀 위험한 동네였는지 외출할 때는 창문을 다 닫고 커튼을 치는 것이 중요한 일과이기도 했다.커튼은 치지 않으면 무언가 가져갈것이 하나라도 보이게 되고 보이면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가져간다고 한다. 거기다 또 하나, 차안에 가방을 눈에 보이게 두고 가면 안된다는 사실 ...지나가다 가방이 보이면 창문을 깨고 들고 갈수도 있다고 했다. 총기소유가 가능한 나라라 그런지 안전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3주 정도를 그곳에 머물면서 내 생각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 여행객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좋은 것만 보고, 새로운 것만 경험하고 돌아가면 될일이었따.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여행자가 아니라 거주자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무거운 것을 가볍게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일상에서의 무거운 짐 , 수없이 많은 고민들을 덜어내기 위해 주로 여행을 선택한다. 그래서 여행은 자유롭고 행복하기만 하다. 힘겨운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게 왠일인가. 같은 곳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하는 거주자들이 함께 공존한다.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객과 일상을 열심히 살고있는 거주자들. 누군가를 가볍게 하는 곳이 어떤 사람에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곳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피하고 싶은 현실에 다른 이에겐 오히려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결국 마음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시작이 무엇인가에 따라 거주자가 될 것인가 여행자가 될것인가 차이가 난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듯 창조의 기원이다.
오늘 내 마음이 무엇을 시작하냐에 따라 내 인생은 변한다. 놀랍고 신비로운 사실이다. 불만과 불평을 안고 살면 그것의 열매를 맺을 것이고, 기쁨과 설렘을 안고 살면 그것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장소가 아니라 내 마음의 시작을 바꾸기 위함임을 나는 안다. 원망과 낙심 절망으로 가득찬 내 마음이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기 위해 여행이란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 새로운 창조을 시작한 우리는 또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가진 사람으로 새롭게 되어지는 것이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