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펀에서 타이베이101로
첫 날 우리의 여행계획은 중정기념관 - 융캉제거리 - 지우펀 - 스펀이었다. 랜드마크와 같은 중정기념관을 지나 융캉제 거리에서 망고빙수를 먹고, 기차를 타고 지우펀으로 넘어가야 할 일정이다. 지하철을 타고 중정기념관까지 쉽게 도착했다. 더운 날씨였지만, 오히려 사진에 조명이 되는 햇살이 너무도 감사한 오전이었다.
짧은 일정이기에 랜드마크와 같은 곳은 가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중정기념관과 101빌딩을 넣었다. 이전에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에서 하는 행진을 본 적이 있다. 카슈미르의 행진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긴장을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열어놓아, 볼 거리로 만들어 놓은 인상적인 장면이다. 중정기념관은 중정이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뉴욕에 가면 링컨 기념관이 있다. 누구든 유명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은 좀더 오래 남는다. 그 많은 땅을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의 가장 큰 꿈은 영생이었다고 한다.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기에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업적을 통해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중정이란 사람도 링컨도 아마 그런 자신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겠지 .. 하는 생각을 하며, 반면에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이름한자 남기지 못하고 죽은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겠구나 한다. 재미있는 장면은 없었지만, 정시에 도착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교대식을 봤다. 융캉제거리에서 그 유명하다던 샤오롱바오를 먹고, 역시 우리 나라보다 기름진 대만의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때쯤 망고빙수로 디저트를 하고 우리는 지우펀으로 향했다.
우리의 계획은 완벽했다
기차를 타고 지우펀으로 떠나면 되는 거였다. 이리저리 안되는 영어로 소통해서 기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왠일 ..... 우리가 기다리던 기차가 우리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우리의 앞을 지나가는 것이다. 놀란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갑작스런 상황에 있다. 인생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갑작스런 상황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세상은 무섭고 불안한 곳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나의 삶은 늘 스펙터클했었다. 내 생각과 계획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나는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지 않는다. 실망한 우리는 이유도 모른채, 갑자기 일정을 바꿔 타이베이 101빌딩으로 갔다.
그저 시간이 아까웠던 것 뿐이다
살짝 실망한 나와 어찌할 바 모르는 친구는 함께 101빌딩으로 올라가 야경을 봤다. 나중에 이야기하건대 친구는 내가 갑자기 계획을 바꾸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밤의 불빛들의 향연을 즐기는 동안, 잘한 선택이구나 마음이 바뀌었다고... 사람의 일은 잘 모른다. 나도 빌딩을 올라가 야경을 보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비싸기만 한 관광객 코스프레는 나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 올라간 옥상의 야경은 가히 놀라웠다. 저녁이라 어둠이 짙은 데도 선명하게 보이는 구름 아래로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많은 야경을 봤지만, 그 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구름과 빛의 조화로운 향연을 본 것 만큼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하루의 수고를 다 보상해 주는 듯한 구름 아래 타이완이란 도시의 빛을 보며 우리는 방긋 웃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1초가 다르게 변화를 가지고 오니 말이다. 그것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을 보는 지는 참 중요하다. 우리가 그날의 바뀐 일정을 보며 아쉬워만 했다면, 구름아래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방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러자마자 마음은 바뀐다. 갑자기 내 인생에 찾아온 큰 숙제들이 있다. 아쉬운 마음, 서운한 마음, 속상한 마음, 원망의 마음은 늘 내 속에서 나를 괴롭히지만 시선을 잠깐 돌리면 그것보다 훨씬더 크고 넓은 마음이 내 속에 있다.
사람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마음을 바꾸는 능력이다
많이 봐야 많이 바뀐다. 눈을 들어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야, 나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온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니다. 세상 반대편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지 못하면, 나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살 수 밖에 없다. 아주 어렸을 때 나는 울고 있는데 동그란 지구 반대편에서 웃고 있는 작은 아이를 상상한 적이 있다.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어야 완전하다. 그래야 그 웃음과 눈물이 같은 곳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 밤에도 사람의 이런 놀라운 능력은 마술과 같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치 우리의 하루가 마술과 같이 바뀌었던 것처럼 ...
사람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마음을 바꾸는 능력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1초가 다르게 변화를 가지고 오니 말이다. 그것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을 보는 지는 참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