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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TH Aug 20. 2016

새로워지고 싶어

대만의 나

  사람은 저마다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많은 경험을 통해 그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힘을 찾는 건 굉장히 어려운 여정이다.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면 1분 1초도 값지지 않은 시간이 없을 것이다. 업무 중에도 쉬는 동안에도 친구를 만날 때도 그게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발견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게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직장인이 갈수 있는 해외여행에는 한계가 있다. 한번에 1주일 이상을 비울수 없는 상황에서 주말을 끼워야 겨우 최소한의 연차를 써서 해외여행을 갈수 있다. 그래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는 일본, 홍콩, 대만, 중국 등이다. 중국 서안에 갔을 때의 안좋은 기억 때문일까, 도저히 중국은 갈 마음이 안생기고, 대만을 선택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이기도 하고, 2박3일의 일정으로 충분히 갈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비행기티켓을 끊을 때 즈음 나는 대학원 생활과 집, 도서관의 반복된 동선 안에서 길을 잃어가고 있었다. 열정으로 시작한 뒤늦은 공부지만, 밤에 하는 공부에 시력도 나빠지고, 차 없이 먼 거리를 왔다갔다해야 하는 이동의 어려움을 견디며, 또 상담이 아닌 다른 공부까지 병행해야 하는 한 학기는 나를 지치게 하는 시간이었다. 참 이상하게 사람은 누구도 자신의 삶에 한번에 만족하는 일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은 늘 우리를 답답하게 하고, 행복이란 두 단어와 멀어지게만 한다. 집 도서관 회사 학교만 전전하던 내가 대만행 티켓을 끊었다고 했을 때는 아무도 나의 여행을 반대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나 보다. 떠날 때가 되었구나. 

그렇게 시작된 타이완행, 저가항공 티켓을 들고 겨우 2박4일이었지만 여행책자를 찾아보며 자유여행을 준비했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도 오랜만에 비행이고, 나도 처음 가보는 나라라서 설레는 마음에 둘다 준비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공항이 왠지 익숙하고 친근하게 여겨진다. 공항은 늘 좋다. 이미 10개국 이상을 다녀온 나지만 오랜만에 가는 그리고 처음가는 대만행이 낯설기만 했다.

(에어부산 BX 797 -TNT투어, 237500원 )



이 많은 사람은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할까.. 어디로든 가고 싶은 나의 마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여행에서 우리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매일 먹고 자는 일하는 삶, 이것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여행에서의 일상은 차이가 있다.   

여행이라는 이름만으로 아침에 눈뜨는 것이 괴로운 삶에서, 눈뜨고 싶은 삶으로 180도 변해버린다. 그것만으로 어쩌면 그렇게 행복한지, 사실 인생은 별게 없나보다. 아무리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열심히 살아봐도 구속이란 인간의 삶과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가 있다. 어디에 구속되어 있는가의 차이지 구속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도 그랬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참아내면서 열심히 살았던 시간들을 벗어나고 싶었다. 현재 나를 구속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런다고 현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나와서 다른 삶을 경험하고 싶은 도전정신, 새로운 것을 향한 갈망, 이 모든 것이 나를 새롭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은 저마다 나를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에게는 도전정신, 새로운 것을 향한 갈망이라면, 누군가에겐 편안한 쉼, 안정감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는 좀더 행복해질수 있을까. 먹고 사는게 행복해 진다면 이 짧은 행복도 끝이 오지 않을까. 


여행을 가서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은 곳에서 잔다. 하루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을 즐기는 것이 우리가 행복함을 느끼는 이유가 된다면 이 땅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여정에서 느낄수 없었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면그것 역시 충분히 가치있는 작업이다. 상담사는 내담자를 만나서 여러가지 작업을 한다.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 내가 하는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이다.   나는 나를 새롭게 만드는 어떤 힘을 느꼈다. 알지만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기쁨과 행복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경험한다. 

친구는 호텔의 하얀 침구가 참 좋다고 한다. 하얀색이라서 좋은 건만은 아닐 것이다.  실패했던 시간들, 실수했던 시간들. 후회되는 선택 , 상처입은 마음들이 새로워지는 기분인 거다. 새롭게 시작되는 것을 나는 사랑한다.  봄이 올때즈음 푸릇푸릇 올라오는 새싹까지 말이다. 




사람은 저마다 나를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에게는 도전정신, 새로운 것을 향한 갈망이라면 누군가에겐 편안한 쉼, 안정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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