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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혜인 Feb 11. 2019

공감의 힘

공감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진짜 오랜만에 작가님을 만났다. 작가님과는 2년 전 모 드라마 기획을 같이했었다. 당시 함께 일했던 시간은 약 1달 정도뿐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 작가님이 나와 기본적으로 가진 감성의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작품이 끝난 뒤 우리는 더 친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한 번 꿈을 이룬 적이 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직후 운 좋게 한 일류 기획사에서 드라마 피디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 드라마 피디가 해야 했던 일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내고 말겠다는 처음 내 다짐과 달리 1년도 채 안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퇴사하고 2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틈만 나면 후회를 했다. 회사를 나오니까 꿈은 더 멀리 달아났다. 방송국 피디 필기시험의 관문을 번번이 넘지 못하면서 부족한 나를 탓하고 또 탓했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한 채 계속 되묻고 또 되물었다.


 그때 틀린 선택을 했던 게 아니었었나.


 이 생각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혔다. 마음에 먹구름이 낄 때마다 친한 사람들을 붙잡고 힘든 마음을 토로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속 말을 토해내도 개운해지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당시 방송국 공채는 호황이었다. 그래서 더 기획사를 나오는 선택을 했던 나를 미워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작가님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 생각이 말끔히 씻겨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몇 달씩 애써도 안 되던 것이 단 몇 분 만에 괜찮아진 것이었다. 말 그대로 정말 영혼이 위로받는 것만 같았다. 이런 묘사가 어울릴까. 구겨져 버려진 자신감을 조심스레 주워 펴주고, 큰 집게를 가져와 깊은 바다 속으로 침전하고 있는 나를 들어 올려준 것만 같았다는.


 작가님이 대단한 말을 해주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내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었을 뿐이다. 그저 과거에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던 내가 느낄 수 있도록 공감해주었을 뿐이다.


 그때 내가 했던 그 선택은 정당한 선택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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