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혜인 Feb 26. 2019

잘 지나갈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


 한 학생이 우리 유학원으로 찾아왔었다. 스위스의 유명한 호텔리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그런데 학교생활이 힘들었던 모양인지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정학 처분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 힘들다는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 학생이 말했다.


 “불안해요.”


 그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학생에게 한 말이다.


 “나도. 이제 나이를 꽤 먹었지만, 여전히 불안할 때가 많아.”


 불안. 생각해보면 기억도 안 날 만큼 어렸을 때부터 이 '불안'이란 감정을 끊임없이 느꼈던 것 같다. 불안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그늘이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할 날이. 시간이 지나서는 주변 사람들보다 뒤처질까 봐. 주변 사람들보다 더 안 좋은 대학을 가게 될까 봐. 그들보다 뒤처지는 직업을 가질까 봐. 그들보다 연봉이 낮을까 봐. 그 외에도 차고 넘치게 많은 이유로.


 그런 불안이 들고나면 늘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곤 했다.


 무엇을 해서 먹고살아야 할까? 이 회사를 관둔다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까? 시야를 확장해서 좀 더 앞을 보면, 정년, 노후, 퇴직…. 통장에 돈을 넣어 줄 수단이 점점 흐려진다.


 사장이 되면 좀 괜찮아질까? 역시 불안할 것 같다. 내 상품을 보는 고객이 줄어들까 봐. 업계에서 뒤처질까 봐. 나갈 할 돈보다 들어올 돈이 부족할까 봐. 그것도 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


 그렇게 계속 생각해보면 나의 불안은 모두 내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온전히 서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도 온전히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이 직장을 나오더라도 온전히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늘 불안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의 불안은 이미 사라졌다. 다만 익숙한 듯 낯선 새로운 불안이 나를 잠식하였다. 앞으로의 날들도 지금껏 그래 왔듯 그렇게 잘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믿고 싶다. 불안을 느낄 때가 있더라도 너무 겁먹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