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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혜인 Mar 18. 2019

꿈이란 것은

직접 해 봐야 아는 것이 있다


 승무원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장기간 준비해 온 피디 준비에 지칠 때쯤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듣게 된 수업이었다.


 내 꿈의 선회를 방해라도 하려는 듯 갑작스럽게 방송국 공채가 떴다. 공채 시즌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피디 준비를 때려치우고 승무원이 되겠다고 비싼 돈 내고 학원까지 등록한 것이었다. 그런데 피디 채용 공고가 뜨니까 또 만사 제쳐두고 피디 준비에 매달렸다. 그 덕에 승무원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방송국 피디 시험에서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때 승무원 수업은 이미 모두 끝난 이후였다. 이후 승무원 공채가 떴을 때는 어떤 곳에도 지원하지 않았다.




 몇 달 후, 안 모 기자님의 방송국 입사용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현직 기자지만 글을 가르치는 것으로도 유명한 분이었다. 첫 수업 시간에 느꼈다. 막연했던 글을 조금은 선명하게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다섯 번째 과제를 제출했을 때 기자님에게서 글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했다. 그 말이 낯설고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같이 피디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서 글 못 쓴다는 말만 들었는데.


 피디라는 꿈을 품기 시작한 건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다. 즐거워 보이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피디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 했다. 그게 피디를 뽑는 전형 중 하나였다. 그래서 글을 썼다.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글 평가를 받을 때면 항상 너무 아팠다. 내 글은 항상 부족했고 꿈은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마음을 열지 않는 상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이건 마음 쏟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일이라서 집착이 아닌 열정으로 포장할 수 있을 뿐이다.


 아무리 평가가 쓰라려도 글을 쓰는 일이 좋았다.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고, 글을 통해서는 다른 누군가와 그 어느 때보다도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왠지 방송국 준비를 그만둔다고 해도 글은 계속 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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