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작가님을 다시 만났다. 얼마 전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오면서 작가님에게 주려고 후쿠오카에서만 살 수 있는 명란젓을 사 왔다. 작가님과 작가님 작업실 근처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작가님이 얼마 전에 쳤던 피디 시험 잘 쳤냐고 물어왔다.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결과가 쌓일수록 결과를 말할 때 점점 내가 작아진다. 계속 이 일에 도전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질뿐더러 상대가 내가 한 번도 좋은 결실을 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할까 봐 두렵다. 담담한 척했지만 담담하지 않았다.
요즘은 ‘피디가 아니라면, 어떤 꿈을 품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옛날 생각도 많이 한다. 아주 어릴 적에는 내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게 내 꿈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누구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능력이 부족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로. 나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생각이라서 좋은 것 같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작가님이 갑자기 줄 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 손바닥 위에 올린 것은 작은 반지였다. 정말 아끼는 반지라고 했다. 그 반지를 내게 주었다.
“왜 주시는 거예요?”
“잘 될 사람이라서.”
작가님은 영혼이 힘들 때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게 힘을 주는 분이다. 아끼는 반지라고 하니 그 가치가 무한히 커진다. “이걸 끼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아요.”라고 하니 작가님은 늘 그랬듯이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해주었다.
잘 될 거라는 말. 흔한 말이지만, 진심이 담겼을 때 어떤 말보다도 큰 힘을 줄 수 있는 말이다. 작가님과의 인연은 정말 소중한 선연이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득이나 실을 보든 얻거나 잃는 건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