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불안이란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불안의 근원이 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불안’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뻗어있다. 과거를 향해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다. ‘변화’와 밀접히 맞닿은 감정이다.
집단.
불안은 집단에 들어가지 못해 생기는 감정이다. 집단이라는 건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의 모임을 말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계로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도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면 불안이 조금은 줄어든다. 그래서 되도록 큰 회사를 들어가려는 것도 이 ‘불안’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돈 잘 준다고 하니까, 안정하다고 하니까, 복지 좋다고 하니까 같은 이유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아야 이치에 맞다. 하지만 그 집단에 있다고 안정한 건 아니다.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아 보이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현상 유지.
불안은 현상 유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세상이 변하고, 내 주변 환경이 변하는데 나만 여기 이 자리 이대로 머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계속 이렇게 수능 공부를 하게 될까 봐, 나이가 들어서도 이 월급으로 살게 될까 봐, 노후 준비가 안 된 채 퇴직해서 돈 없는 실업자가 될까 봐. 지금 이렇게 노력해도 결국 난 여기 이렇게 홀로 남겨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지금 내 처지와 상황이 앞으로도 이럴 거라는 암묵적인 전제.
리스크.
하던 일을 멈춘다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드는 생각이다. 옛날에 이 ‘리스크’라는 개념을 ‘인생 망할 것 같다’라는 생각과 결부했던 것 같다. 지금 있는 이 위치로 다시 오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가진 걸 잃어버리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원흉을 들여다본다. 지금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무엇인지. 실체가 없는 것들을 내가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그게 진짜 내가 가진 것이 맞긴 한 건지.
불안을 안 느끼는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있다. 일단 계속해서 불안과 마주하면 된다. 피하지 말고. 마주하고, 또 마주하고, 또 마주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하나씩 배우면 된다. 내가 하는 선택과 생각에 믿음이 있다면 불안이 또 고개를 든다고 해도 그것이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