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사하고 2년 차가 되니까 대표님은 예년보다 잦은 출장을 다닌다. 대표님이 독일 출장 중이셨을 때, 혼자 맡아야 하는 고객은 네 명이었다. 그중 둘은 기존 고객이었고 나머지 둘은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할 일은 그들을 설득해서 우리와 계약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날 둘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영업이란 것도 진심이 담겼을 때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그래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유학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유학 경험이 주는 이점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이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만 있을 때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보지 못하는 시각을 갖고, 외국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드는 생각은
그래서 뭐?
유학을 보내는 사람은 대개 거기까지만 생각하는 듯하다. 갔다 오기만 하면 다 되겠지. 갔다 오기만 하면 마냥 몸값이 뛸 것 마냥 무책임한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 놓는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계산적이다. 입력값이 그러하면 출력값은 입력값보다 더 큰 뭔가가 나와야 한다. 단순히 ‘글로벌 마인드’로 이점이 결정된다면, 유학에 이점이 있다는 것을 난 동의 하겠다. 하지만 기대감을 무책임하게 부풀리는 지점은 그 지점이 아니다.
유학만 갔다 오면 마치 뭐라도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유학을 보내는 부모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며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유학 경험이 주는 이점에 무엇인지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10명 중 9명의 부모는 얼마나 좋은 학교를 보낼 수 있는지, 그 학교에 가면 미국 내 20위권에 드는 명문대를 갈 수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런 사람들은 높은 숫자에 랭크된 학교를 보내고 싶어서 안달한다. 그러다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불합격하고 조금 순위가 낮은 학교에 가게 되면 낙담하는 부모가 있다.
“그래도 가서 좋은 경험할 수 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잖아요.”라며 조금이라도 위로를 건네려고 하면,
“좋은 경험시키려고 애를 거기까지 보내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부모가 대체로 많았다. 그러면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점과 부모가 원하는 이점은 달랐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이점이 항상 진실인 것만은 아니기에 그 이점을 어필하자면 나는 꼭 거짓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표님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회사를 찾아오면,
“가서 열심히 공부하면 인생이 달라져.”
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 정작 난 반문하고 싶었다.
인생이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지는데?
아이는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 유학길에 오를 것이다. 그중에는 온갖 종류의 쓰라린 감정과 향수에 시달리는 아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뭐가 달라지는지 모른 채, 무책임하게 ‘달라진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까지 버틴 뒤 한국으로 돌아오면 뭐가 대단하게 바뀌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거기서 말하는 ‘달라진다’라는 건 유학을 하러 가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 유학 가서 경험한 걸 가지고 더한 노력을 하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달라지는 거다. 유학 갔다 오기만 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유학원 영업은 유학만 갔다 오면 달라질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이름과 명망 있는 학교를 찾고 부모에게 어필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타 업체는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이후에 그들에 비해서 우리는 이런 걸 제공해줄 수 있다고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을 하려면 ‘유학 갔다 오면 인생이 꽃길’이라는 전제를 내가 굳게 믿고 확신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게 문제다.
분명히 유학을 갔다 오면 달라지는 게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말 각고의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유학을 권한다면 “유학 갔다 오면 네 인생은 꽃길이야.”라는 무책임한 말 대신 이렇게 말하겠다.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네가 성공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근육을 단련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