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3화. AI의 습격

by Sonia

최근 소연의 회사에 드리워진 새로운 과제는 AI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능력의 척도가 되기 시작했다.

AI의 기능은 실로 놀랍다. 자료 리서치, 요약, 분석에는 탁월해서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준다. 하지만 소연의 업무인 디자인, 즉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비주얼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고, 창의적이거나 브랜드에 핏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연 역시 회사의 기조에 따라 AI 사용을 업무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 우와, 소연님 이거 AI로 한 거예요? 어떤 프로그램이에요?

- 아 이거 AI로 하고 뒤에 많이 다듬었어요.

- 그래도 AI 꽤 잘하네요. 앞으로 AI로 많이 하면 되겠는데요?

- 그래요? 제 눈에는 아직 감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소연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대다수 다른 직군의 직원들은 AI로 한 작업이 좋다고 했지만 소연의 눈에는 뭔가 엉성하다. AI와 일한다는 건 마치 업무 경험이 전무한 인턴을 데리고 일하는 기분이다. 프롬프트를 아무리 바꿔도 이상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변형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왜곡해 놓기도 한다. 덕분에 후반작업이 길어져 이게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소연 역시 ai와 함께하는 작업에 그럭저럭 적응해 가고 있었고, 익숙해지다 보니 특정 프로세스에서는 꽤나 유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단순히 AI의 활용이 아니었다.

AI가 무슨 요술램프의 지니라도 되는 양, 뚝딱하면 완성도 있는 비주얼이 나온다는 식으로 광고가 쏟아졌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이들이 많아졌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에선 AI로 작업했다고 하면 결과의 퀄리티에도 관대해졌고, 점점 퀄리티보다는 빠르게 많이 만드는 것을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 소연님 그 비주얼 지금 괜찮은데요?

- 아, 아직 조금 더 작업해야 해요.


팀장의 말에 소연이 대답했다.

아직 작업기한이 남았음에도 다음날 아침 팀장이 또 소연에게 왔다.


- 소연 님,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 네?

- 아니 지금도 좋다고요. 너무 공들이지 마요. 지금 정도로 마무리하고 AI로 서브 비주얼들도 더 만들어주세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는 그 말이 소연의 뇌리에 맴돌았다. 그렇게까지, 아니 그보다 더 하는 게 소연의 목표였다. 이전의 작업물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더 트렌디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늘 고민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니. 적당히 딱 그 정도씩만 많이 만들어내는 게 회사가 필요로 하는 바라면 소연이 꼭 이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다. 저연차 누군가가 해도 그만이다.


소연은 아직 더 성장하고 싶다. 이제 겨우 40이다. 플레이어로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나이다.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는 창작에 대한 열정에 찬물을 확 끼얹는 그 말이 자꾸만 가슴에 깊숙이 파고든다.


다음 날 아침 소연은 팀장의 말대로 메인 비주얼과 AI로 만든 서브 비주얼들을 완성해서 타 부서에 넘겼다. 쿨한 척 넘겼지만 사실은 집에서 아이를 재우고 더 고민해서 수정한 비주얼이었다. 아무도 달라진 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테지만 소연은 안다. 어제보다 나은 시안이라는 것을.


다음 작업을 시작하려고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또다시 그 말이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소연은 공허하게 모니터 너머를 바라보다 문득 자신의 퇴직금이 궁금해졌다.


다음화>> 4. 응급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