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있지만 아주 가끔씩만 특별한 것들이 되는 것들
앙코르와트에 오면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하는 것이 일몰과 일출이다. 발리에 가서도 아궁 화산 위에서 일출을 보겠다고 그 힘든 화산재 깔린 가파른 산을 해도 뜨기 전 새벽 세시부터 랜턴을 들고 등산을 했었다. 마르세유에서는 초속 21미터의 바람이 부는데도 노을을 보겠다고 기어이 노트르담 언덕까지 올라갔더랬다. 그렇게 본 새벽 어스름과 석양은 물론 아름다웠지만 해는 매일 뜨고 지는 건데 유독 그 날의 일몰과 일출에만 "놓치면 안되는" 무엇으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오늘 앙코르 와트의 어느 사원에서 지는 해를 기다리다 문득, 우스워졌다. 놓쳐도 된다. 내일 똑같은 시간에 또 오니까. 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묵묵히 뜨고 지지만 이렇게 특별한 분위기와 장소가 아니면 그대의 등장과 퇴장에는 누구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평소엔 연락 한번 안하다가 페이스북에 생일 알림만 뜨면 갑자기 언제 서먹했냐는 마냥 축하글을 남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굳이 어느 하루에,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들이 내 주변에는 참 많다. 그런 인위적인 부각이 없이도 일상이 소중하고 특별하다면 좋겠다. 매일 아침 뜨는 해가 아름답고, 매일의 노을이 눈물겹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서로에게 특별한 관계를 꾸리고 싶다. 이제껏 살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일몰은 십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보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늘 필경 같은 자리임이 분명한 곳에서 똑같이 일몰을 보았는데 썩 예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다 일몰과 일출을 보며 감탄하는 행위는 조금 우습다고 생각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새벽 다섯시에 일출을 보러 나가자는 말에 반대하지 않았는데, 일어나지말까보다. 시차적응이 안되서 혼자 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