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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영 Mar 17. 2016

프랑스 라디오를 듣기 시작하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을 프랑스 인의 시선으로 본다. 장단점이 있다.

평소에는 유튜브로 노래를 들었지만 주말 이후부터 옆 방 친구의 권유로 라디오 프랑스를 듣기 시작했다. 프랑스 앵포는 종일 뉴스를 전해주고, 프랑스 디렉트나 프랑스 쿨튜어는 작가나 피아니스트같은 사람들을 초청해서 담화를 나누기도 하고, 수요일엔 재즈를 틀어주기도 한다. 프랑스어와 좀 친해져 보려고 지하철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레터널마리를 읽기 시작했지만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게 영 편하지가 않아 이번주부터는 지하철에서도 라디오 프랑스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듣기 시작했다. 

이번 주 내내 뉴스에서는 푸틴이 시리아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과, 터키, 베를린, 코트디부아르에서 일어난 테러와, 브뤼셀의 테러범 소탕 추격전과, 챔피언스 리그를 비롯한 각종 축구 경기 이야기와,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학계 전문가와 학생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부에 대한 규탄 이야기가 한창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로부터 면죄부를 받기 위해 현 정부의 캐비넷을 꿰찬 이야기도 열을 올려 보도한다. 코트디부아르 테러에서는 프랑스인 4명이 죽었는데 일년 전 직장 동료가 인터뷰를 하며 얼마나 훌륭한 동료를 잃었는지에 대한 멜랑콜리한 회고를 전한다. 어제는 헤퓨블릭에서 오늘은 똘비악에서 모두들 나와서 시위를 한다. 일주일 째 듣고 있자니 이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럴 때면, 혹은 조금은 긴장을 풀고 싶은 저녁 시간이면 채널을 돌려 음악을 듣거나 작가와의 담화를 듣는다. 오페라를 부르는 가수가 나와서 오페라 가수와 미슐랭 스타를 단 셰프들 사이의 공통점을 주장하며 자기를 다른 사람들의 삶에 맛을 더해주는 양념가라고 표현했던 날도 있었고,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유럽 문학의 주류인 봉피아니를 탈퇴하고 새로운 계류를 형성한 이탈리아의 작가가 유창한 프랑스어로 전화 인터뷰를 하며 얼마 전 작고한 동료를 회상함과 동시에 유럽 문학계를 비판하던 날도 있었다. 

세상은 어딜가나 요지경이다. 그 무질서한 난잡속에서도 살짝만 돌아서면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동시에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나중에 따로 긴 글을 쓰고 싶은 몇 가지 주제들이 있는데,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모두들, 특히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좀 더 광범위한 시야를 확보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내 앞에 놓여진 세상이 더러우면 방향을 틀어 아름다운 곳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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