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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Nov 28. 2019

7세 유치원 도전기

워킹맘에게 최적의 선택은 무엇인가

대부분 아이가 5세를 앞둔 순간부터 엄마 머리는 복잡해진다.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 것이냐,

똑같은 누리과정이라지만 왠지 더 교육에 중점을 둘 것 같은 유치원을 보낼 것이냐,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어학능력 함양을 위한 어학원의 영어 유치부를 보낼 것이냐

이 삼각 트라이앵글 안에서 엄마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직장 어린이집 덕분에 지금까지 한 발짝 물러 서있을 수 있었는데 

6세를 끝으로 졸업하게 되어 뒤늦게 고민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영어 유치부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라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내 인생이라면 차라리 결정이 쉬웠을까,

아이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기라고 생각하니 

어떤 결정을 해야 최선일지 엄마는 잠을 설치며 고민한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어 유치부 설명회도 가보고,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도 걸어 두었지만

아무래도 동네 유치원 쪽에 더 마음이 간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서 동네 친구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선배맘들은, 유치원 친구가 초등까지 가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고는 한다)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서는 ‘처음 학교로’라는 시스템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1 지망부터 3 지망까지 총 3곳의 유치원에 지원할 수 있다. 

마치 대학원서를 쓰듯 입학 설명회도 다니고, 맘 카페에서 몇 년 치 해당 유치원 관련 글을 수집한다.

아무리 온라인 상이라지만 생면부지의 맘 카페 회원에게 궁금한 점을 담아 쪽지도 보내본다.

각 유치원의 모집요강을 출력해 밑줄을 그어가며 모집인원을 꼼꼼히 확인한다.

워킹맘에게는 방과 후 과정(구, 종일반) 운영 시간과 하원 후 셔틀 운영을 하는지

직접 데리러 가야 하는지 등이 가장 중요한데 유치원마다 운영시간이 제각각이라 반드시 미리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지원해볼 만한 유치원의 등원 셔틀버스는 대부분 8시 50분 이후에 탈 수 있었다.

어느 유치원은 방과 후 과정은 하원 셔틀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데,

그러면 유치원이 문을 닫는 6시 30분까지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는 9시 출근, 6시 퇴근.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등 하원을 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는 수 없이 셔틀버스를 태우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등원을 시키기로 하고 

하원 셔틀버스가 없는 곳은 3 지망에 쓰기로 했다.

어차피 하원 셔틀버스를 탄다고 해도 5~6시 사이에 집 근처에서 내리기 때문에

하원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은 필요하다.

그래도 하원만 도움받는 게 어디야. 이 정도면 괜찮다.


또 다른 문제는 모집인원이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고심해서 3개를 추려냈는데,

3개 유치원의 방과 후 과정 모집 인원이 각각 1, 1, 2명이다.

내가 지원하려는 7세는 재원생의 재원율이 높기 마련이므로 5, 6세는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2명을 뽑는 곳은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인데 다른 원에 비해 자리가 1개 더 많긴 하지만

오전 시작 시간이 8시 30분으로 나의 출근시간을 맞추기에 조금 타이트하다.

하원 셔틀버스가 없는 곳이 3 지망이 되었으므로 이 곳은 자연스레 2 지망이 되었다.

1 지망으로 쓴 곳은 8시에 시작하고, 하원 셔틀버스도 있다.

이쯤 되면 해당 유치원의 프로그램이나 교육 내용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다.

그저 보낼 수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원 마감을 하는 날까지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무심하게 툭 던진다.

"아니 죄다 1명씩만 뽑는 건데 뭘 고민해, 어차피 다 떨어지겠구먼"

 어쩜 이렇게 속 편한 소리를 하는지, 때론 이 남자의 머릿속을 해부해보고 싶다.


그렇게 원서 접수를 하고 드디어 대망의 선발 결과 발표날!!!

오후 3시에 발표인데, 모바일에서는 확인이 안 되고 꼭 pc로만 접속해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일정을 비워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다.

접속 대기자가 앞에 9584명이 있다고 한다.

마치 명절 연휴 기차표 예매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초조하게 화면을 바라본다.

선발 결과는???


...



1~3 지망 모두 대기번호가 뜬다.

남편이 내뱉은 말이 맞았다. 

무려 한 곳도 선발되지 않은 것이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원에 전화도 해보고 맘 카페에 정보를 검색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세 군데 다 떨어졌다. 이쯤 되면 웃음만 나올 뿐이다.


맘 카페에 나와 비슷한 상황의 엄마들이 하소연한 글에는

2월까지는 어디든 한 군 데서는 연락이 온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린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지금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으므로 1차 선발된 인원의 등록기간이 끝나는

토요일 이후부터 매일같이 대기 번호를 확인해보면 될 것 같다.


3월 입학식 전까지는 3군데 중 한 곳은 아마 가게 되겠지만,

남들보다 조금 늦은 유치원 지원을 겪어보니 

어린이집보다도 워킹맘에게는 조금 더 높은 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마다, 유치원마다 다르겠지만) 등원 셔틀버스 탑승 시간이 생각보다 늦고,

방과 후 과정 선발 인원은 너무, 정말이지 너무 적다.

회사가 멀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모라면 

등원과 하원을 도와줄 수 있는 시터를 추가 고용해야 하고 

방과 후 과정 선발이 안된다면 정규과정 이후 시간을 보낼만한 학원도 세팅해야 한다.


아직 유치원 입학이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직장 어린이집에서 참 편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등원은 7시 30분부터 자유롭게, 하원도 7시 무렵까지 가능했다.

다만 너무 긴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부부의 퇴근 스케줄이 늘 일정치 않은 것을 고려하여 하원만 이모님의 도움을 받아왔다.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면 등원 시간은 더 늦어지고, 하원은 비슷하게 될 것 같다. 

어린이집에 비해 원비도 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교육비는 더 들어가는 셈이지만

여름방학, 겨울방학도 있고 때에 따라 재량휴업일을 지정해 단기방학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 난이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좋았노라고, 

아니면 이렇게라도 유치원에 보낼 때가 편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기가 언젠가는 오겠지.

주변 워킹맘 선배들은 다 어떻게든 흘러간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조금만 더 바뀌었으면 좋겠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일하는 엄마, 아빠들이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Photo by Gautam Aror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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