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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Dec 12. 2019

마더구즈에 돈 쓰지 말아요

둘째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들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 엄마 시절,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영어동요를 들려줘야 영어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아이에게 들려줄 노래를 검색하다가 '마더구즈'라는 것을 알았다. 
말하자면 영미권 구전동요인데,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들려주는 노래라는 의미다.
가사를 보면 해석도 잘 안되고 내용의 맥락도 생뚱맞고, 
그야말로 '아침 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같은 노래다. 
그럼에도 이런 동요를 들려줘야 아이들이 나중에 영어를 언어로써 빨리 받아들인다니 
기꺼이 찾아서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마더구즈, 검색해보면 종류가 정말 많고 
가사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같이 판매하는 전집 형태도 있는데 그 가격이 꽤 비싸다. 
동요 한 곡당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세트는 몇 만 원짜리부터 수십만 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 
 
언젠가 유아동 전집 브랜드에서 나온 마더구즈 책 세트를 중고로 사겠다고 집에서 차로 30분이나 가야 하는 곳까지 가서 직거래를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기름값이 더 나왔을 것 같은데, 여하튼 그렇게 사 온 책은 이제 막 돌 지난 아이가 보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었는데 엄마인 내 욕심에 산 것이었다. 
당시는 책을 꺼내 주면 입으로 가져가기 바쁜 시기였으므로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두다 서너 살이 되어 꺼내 주니 내가 봐도 별 재미없는 노래 가사 책이라 그런지 흥미가 없었다.  
아무래도 화려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으로 다시 사야겠어, 그래서 또 노래를 부르면서 영어를 배운다는 유명한 브랜드의 마더구즈 세트를 구입했다. 이번에는 새 제품으로, 책을 읽어준다는 펜도 함께 들어있는 세트를 이십여만 원을 주고 샀다. 벽에 포스터도 붙여놓고 펜으로 찍으면 노래도 나오니 아이가 조금 흥미를 갖는 듯했으나 곧 시들해졌고, 펜은 사용하지 않아 굴러다니게 되었다. 
당시 회사 일이 너무 바빴을 때라 내가 잘 활용해주지 못하고 자기 전 겨우 1~2권 읽어준 영향도 있을 것 같다.  
그림책 1권 당 CD 1개가 들어있었는데, 미처 꺼내보지도 않은 CD도 있었다.
안 되겠어, 그냥 CD 1장에 많은 노래가 들어있는 마더구즈 책을 사야겠어! 하며
1권의 책에 노래가 많~이 들어있는 버전으로 또 구입하기에 이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더구스는 노래일 뿐, 굳이 책을 사거나 세트로 갖출 필요는 없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가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겠지 싶어 지갑을 열었던 것 같다.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앞섰다고나 할까? 
그렇게 우리 집에 들어온 그 책들은 몇 년 간 방치된 채 아이가 큰 관심을 보였던 딱 2권만 빼놓고, 거의 새 책 수준으로 꽂혀 있다가 몇 권은 중고서점에 처분하고 또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주었다. 읽어주는 펜은 친정 조카에게 주었다. 
 
그나마 우리 아들이 관심을 가졌던 책이 있었으니  <the wheels on the bus>와 <Down by the station>. 
(관심분야의 책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으나, 이 두 권을 찾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라기엔 너무 아까운 지출이었다)  
남자아이답게 버스와 기차에 꽂혀서 이 두 권은 정말 마르고 닳도록 보았다. 
문자 그대로 닳고 닳아서 <the wheels on the bus> 책은 한 권 더 사주었는데, 새로 구입한 책마저 하도 여러 번 읽다가 찢어져서 이번에는 튼튼한 보드북으로 사주었다.
요새는 인터넷 서점에서 외국도서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도서의 판형이 딱딱한 보드북인 것을 찾아서 구매했다. 페이퍼북보다 훨씬 견고해서 아이가 다섯 살 무렵까지도 간혹 들춰 보았고, 이제는 둘째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첫째는 책에 나오는 'beep beep'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삐삐 책'이라고 불렀는데 둘째는 아이들이 우는 페이지가 재밌었는지 'wa wa wa'를 따라 하더니 '와와 책'이라고 부르는 중이다. 
자기 전에 내 손을 이끌고 작고 노란 보드북을 가지고 와서 무릎에 앉아 책을 읽어달란다. 
좋아하는 페이지에 이르면 소리 내서 '와와와' 하고 따라 한다. 
아마 조만간 형이 좋아했던 <Down by the station>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를 활용하면 이 마더구즈를 무료로,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오디오만 활용할 수도 있으니 아직 동영상을 보여주기에 이른 어린아이들도 얼마든지 이용하면 된다. 정 아이에게 뭔가 사주고 싶다면 내가 몇 년째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Wee sing for baby' CD와 가사집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어린아이들 음성으로 녹음된 사랑스러운 이 60여분 짜리 CD는 첫째가 아기였을 때부터 지금 둘째까지, 자장가로 몇 년째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음악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엄마가 외워서 불러줘도 좋고, 가사를 모르더라도 선율 자체로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아서 허밍으로 불러주며 마사지도 해주고 토닥토닥해주면 어느새 아이가 스르르 잠든다. 
 
아이가 더 크면 사교육에 들어가야 할 돈이 많아진다.
아무리 소신껏 한다고 해도, 예체능 1~2개를 시작으로 어느새 교육비는 생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런 종류의 전집 세트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영유아 엄마들이 있다면, 5세 이전에는 영어책에 큰돈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가 정말 좋아할 만한 책 몇 권만, 기왕이면 튼튼한 보드북으로, 엄마가 끼고 같이 앉아서 노래도 불러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하면서 즐겁게 놀아준다는 느낌이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처럼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그 마음, 너무 잘 알지만 지금 시기에는 마더구즈 같은 노래로 접근해도 충분한 영어책에 큰돈 쓰지 말고 그 돈으로 엄마들 영양제 사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보드북마저 하도많이 읽어 책 모서리가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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