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집, 우리의 안식처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은 곳

by 니나

결혼을 앞두고 가장 고심해서 결정해야 했던 것은 바로 '집'이었다.

마이클 부블레의 <home> 노래 가사처럼 파리든 로마든 어디에 있더라도 언제나 그리운 우리만의 집을 찾아 따뜻한 보금자리로 꾸미고 싶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가족의 집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동산을 들락거리며 집을 보고 결정하고, 이사 후 가구 배치를 하는 것 등 일련의 과정 자체가 처음이었으므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우리에게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 그곳을 보자마자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번화가와 바로 인접해있었고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이 가까이에 있어 이만한 곳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한 신혼집은 교통은 매우 편리했지만 대로변의 소음과 번화가의 빛 공해 때문에 여름철이면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 2년도 채 못 살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땐 아이들이 없었을 때라 우리의 초점은 주변 편의시설이 많은 곳, 출퇴근이 편한 곳이었는데 살아보면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집 안에 가구를 들이고 배치하는 것 또한 아이를 키우며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혼수로 구입했던 침대는 프레임이 높아서 아늑하다고 생각했는데, 첫째 아이가 5개월 즈음 밤에 수유를 하고 잠결에 침대에 같이 재웠다가 굴러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날 이후 높았던 침대 프레임을 철거하고 매트리스 받침을 따로 구입하여 매트리스만 남겨놓았다.

거실 TV장을 잡고 서다가 넘어져 모서리에 부딪히고, 화장대 위로 올라가 뛰어내리는 등 아이가 커가면서 가구 때문에 다치는 일이 생기는 일을 겪고 나서 가구를 최소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최근의 이사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했는데 이전의 경험들이 준 교훈으로 많은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었다. 서울로 나가는 대중교통편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번화가와 좀 떨어져 있는 곳이면서 가까운 곳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을 찾았다. 첫째 아이가 다니고 있는 기관과의 거리도 최우선 고려사항이 되었다.

100% 만족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특별하게 모난 곳 없는 80점 이상의 환경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조금씩 양보하면서 채워가기로 했다. 예전에는 걸어서 백화점에 갈 수 있었다면 지금은 지하철 1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식이다. 1 정거장 거리만큼의 시간을 쓰면서 그만큼의 한적함을 얻었다.


이사하면서 가구를 정말 필요한 것만 들였다.

TV장, 화장대, 서랍장은 이삿짐에 싣지 않았고 부족해진 수납장만큼 짐도 줄였다.

TV장에 수납했던 것들은 TV 위로 올렸고 화장품은 화장실 슬라이드 장에 넣었으며 서랍장에 들어있던 물건들은 잡동사니가 대부분이라 상태에 따라 기증하거나 버렸다.

가전이나 가구를 배치할 때도 가급적이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이사를 마치고 나니 집 안이 휑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여백이 있는 집에 적응하게 되었다. 빈 곳을 즐길 수 있게 되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집도 사람과 같아서 애정을 가지고 쓸고 닦고 정돈을 해주면 더욱 정감 있게 우리 가족을 보듬어 준다고 믿는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어디를 다녀오더라도 항상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어 지는 곳, 여행을 다녀오면 나도 모르게 "아, 우리 집에 제일 좋다"라고 말하고 싶어 지는 곳.

따뜻하고 포근해서 한 겨울 외출했다 들어오면 온 몸을 감싸는 온기를 담뿍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어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우리 집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리고, 부부가 모두 출퇴근을 해야 하니 생활 편의 상 도심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중에는 자연과 더 인접한 곳에서 살고 싶다. 크게 난 거실 창 밖으로 다른 동의 네모난 창문이 빼곡히 보이는 집 말고, 창 너머로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언젠가 살게 될 꿈의 집을 그리며, 오늘 지금의 우리 집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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