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사람을 겪어보고 더 많은 사랑을 해보면 무언가가 더 쉬워질 줄, 더 선명해질 줄 알았다. 그치만 점점 더 희미해진다. 오히려 어떠한 선을 구별할 줄 아는 현명함이 자리 잡았기를 기대했던 나이가 되어, 그러고 있지 못 함을 깨달을 때 오는 허탈함이라던가 상처는 나를 더 깊이 찌른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어느 순간 아예 낯선 것이 되고, 진심을 다해 믿었던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게 그 믿음을 배신하고. 순수했던 마음에 검은 실망들이 내려 앉을수록 그 마음 주변엔 뾰족한 날들이 배로 솟는다.
그치만, 상처받지 않겠다고 그 사이에 숨어 마음을 꽁꽁 닫고 불안하고 외로이 사는 건. 결국 나를 태워내어 지나간 상처들을 기리는 일일 뿐임을. 비록 또 배신 당하고 더렵혀진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순수한 마음, 근거 없는 믿음을 피워낼 수 있는 크고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지. 그럼에도 나의 믿음에 응답해주는, 같은 마음으로 나를 지탱해주는 소중한 모든 이들을 벗 삼아 나아가야지. 주춤하지 않겠다. 어떤 길이든 가보지 않고 후회하기보단, 아름다우리란 믿음을 안고 나아갈 줄 아는 순수한 용기를 간직해야지. 혹여나 그 길 위에 또 한번 가시덤불이 돋아나 나를 다치게 한들 숱한 상처는 성숙한 깨달음으로 아물테니까.
때로 무모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머리가 똑똑한 사람이기 보단 가슴이 살아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