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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Sep 10. 2020

죄의 무게


누군가 잘못을 했다.
시간이 흘렀더라도, 잘못은 여전히 잘못이다.
그런데 어째서 시간이 흐르면 용서가 쉬워질까?
잘못의 물리적인 무게는 시간이 아무리 흐른들 그대로이지만, 어째서 심리적 무게는 옅어질 수 있는가?

여러 많은 이유로 사람을 미워해 봤고, 증오해 봤고, 관계를 끊었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유로 미움도 받아봤고, 버림도 받아봤다.

그치만 용서하지 않겠다 깊이 박아두었던 못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둘씩 녹슬어 떨어지면, 암흑으로 칠해두었던 그 때 그 시간의 빛이 조금씩 새오나오기 시작하면. 조금은 아련해지기도, 심지어는 조금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톨 만치의 빛이라고 할 것조차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시간의 무게가 용서를 가능하게 하더라.

그럼에도 죄라는 것이 무서운 점은, 아무리 용서가 가능하다 한들 그 역시 '흘러온 시간' 만큼의 속죄를 수반한다는 것. 용서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은 죄를 완전히 씻어줄 수는 없다는 것.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린 결국 순간을 살 뿐이므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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