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잘못을 했다.
시간이 흘렀더라도, 잘못은 여전히 잘못이다.
그런데 어째서 시간이 흐르면 용서가 쉬워질까?
잘못의 물리적인 무게는 시간이 아무리 흐른들 그대로이지만, 어째서 심리적 무게는 옅어질 수 있는가?
여러 많은 이유로 사람을 미워해 봤고, 증오해 봤고, 관계를 끊었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유로 미움도 받아봤고, 버림도 받아봤다.
그치만 용서하지 않겠다 깊이 박아두었던 못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둘씩 녹슬어 떨어지면, 암흑으로 칠해두었던 그 때 그 시간의 빛이 조금씩 새오나오기 시작하면. 조금은 아련해지기도, 심지어는 조금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톨 만치의 빛이라고 할 것조차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시간의 무게가 용서를 가능하게 하더라.
그럼에도 죄라는 것이 무서운 점은, 아무리 용서가 가능하다 한들 그 역시 '흘러온 시간' 만큼의 속죄를 수반한다는 것. 용서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은 죄를 완전히 씻어줄 수는 없다는 것.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린 결국 순간을 살 뿐이므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