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예슬 Nov 12. 2020

달콤한 나의 도시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최강희와 이선균, 그리고 지현우가 출연한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가 있다. 20대에 드라마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극 중 은수(최강희)가 태오(지현우)를 대하는 태도가, 아직 감정의 잔재가 남은 상태에서 영수(이선균)에게 손을 뻗는 마음이, 어찌나 이기적이게 보이던지.


그런데 30대가 되어 다시 한번 드라마를 보니 어느샌가 내가 '오은수' 같은 사람이 되어 있다.


나이가 들고, 많은 시간과 다양한 사람 속에서 많은 경험들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가진 것들과, 내가 상대에게서 '찾고자' 하는 것들이 갈수록 더 선명해진다. 어릴 때에는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기도 했으며, 감정을 앞세워 마음 가는대로 고스란히 표현을 했다면. 지금은 감정을 조절할 줄 알게 되었으며, 끝내 마주하게 될 시간들을 미리 다 알기에, 하나 하나 더 신중하게 확인하고 정말 상대방에 대한 단단한 신뢰감이 무르익기까진 마음에 빗장을 걸어둔 채로 끊임없이 생각하며 사람을 대하게 된 것 같다.


설렘이라던가, 상대한테 '푹 빠져있다'는 감정을 느끼기가 너무도 어려워졌고. 사랑이란 감정에서 벗어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 기준에서의 옳고 그름에 비추어 이성적인 피드백을 하며, 필요하다 여겨지면 감정보다 이성에 치우쳐 인연을 끊어내는 법도 배웠다. 나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그것보다, 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나에게 궁극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며, 조금 더 나를 위하는, 이기적인 사랑을 배워버렸다.


그것이 나에게 득이 될 지 실이 될 지 사실 잘 모르겠다. 굳이 서로 애써 맞추려하지 않아도 사소한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잘 맞았던.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온전한 '내 모습' 그대로 편하게 있을 수 있게 해주었던. 딱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적당한 온도의 사랑을 주던 사람. 20대의 나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그런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죄의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