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다.
그치만 그 이유라는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에 있어서는 결국 나의 논리 밖에 있다.
이래서일까, 혹은 저래서일까.
이유를 추측해보고, 상대를 이해해보고, 놓여진 현실을 납득해보려 하지만 그 역시 나의 바람일 뿐. 이해할 수 없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땐, '그냥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해버리자. 애써 골똘히 이유를 궁금해해보고,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억지로 이해하려 해보고, 그를 통해 나 스스로 위안 삼으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냉정하고 잔혹한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련을 놓는 것 역시 더 빨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로는 이해하지 말고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앎에도,
매일 나의 일상 한 켠에 존재했던 누군가가 한 순간 이렇게 그 누구보다 낯설어져야만 했던 그 이유가-
궁금하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