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사랑했던 여자. 언젠가는 꼭 눈 뜨면 시야에 바다가 가장 먼저 닿는 곳에 살고 싶다고, 그렇게 들뜬 목소리와 부푼 표정을 하고 꿈을 토해내고는 했던, 은은한 바다 향기를 지녔던 여자.
어느 날 여자와 남자는 흩어지는 별빛 아래에 잔잔한 파도가 저만치 넘실거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이제부터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세상이라 말했다. 살면서 줄곧 그려온 꿈의 한가운데에 폭 안긴 여자,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갈망했던 세상을 선물해 준 남자. 그들은 여느 풋풋한 로맨스 영화처럼 이야기의 결말까지도 꿈 같은 행복을 이어갔을까?
현실은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잔혹하였다. 아니, 더는 모자랄 것이 없으리란 믿음에 박히는 현실은 더 아렸다. 오래지 않아 그들은 먼발치에서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일이 되었다가, 열보다도 먼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