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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Oct 06. 2021

살면서 한 번쯤은 보고 싶은 마음



17살부터 20살까지 참 많이 좋아했던 남자 아이가 있었다.

순수한 감정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상대방을 힘들게 할 정도로 당시 많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했었다.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그 친구를 볼 수 없었고, SNS 같은 걸 하는 친구도 아니다 보니 연락할 수 있는 경로도 없었다.


최근 그 시절 그 친구를 포함하여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 중 또 다른 친구1과 연락이 닿았다.

친구1과도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서 부터는 거의 연락 없이 지냈던지라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고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자는 흔한 이야길 나누던 끝에, 친구1이 물어왔다.


'혹시 ㅇㅇ이도 보고싶니?'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 때면, 마치 암묵적인 약속이라도 있는 듯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면서 또 속으로 안 떠올릴 수가 없는 그 이름이 그렇게 단어로 한 글자 한 글자 쏟아져 나오는 것을 오랜만에 봤다.


'그 친구만 괜찮다면 같이 보면 좋지.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까 이제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대답을 하였고, 정말로 그랬다.

그리고 정말 그런 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를 하던 와중에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었다.


그 친구에 대한 꿈을 원래도 한 번씩 잊을 만하면 꾸곤 했는데, 요즘 유독 많이 꾼다.

오늘도 꿈에 그 친구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고등학교 때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2와 그 친구 집에 놀러갔다.

13 만에 얼굴을 보는 것인 만큼 정말 어색하게 안부 인사를 묻고 겨우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친구2는 자리를 비켜주려는 듯 일이 생겼다며 먼저 집을 나섰다.


잔뜩 무거워진 공기 속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쉰채 둘 다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TV만 바라보았다. 눈은 화면을 향하고 있었지만 화면에 무슨 장면이 나오는지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선물로 가져갔던 사과와 배를 정리해 준다며 애꿎은 포장 껍질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그 친구가 잠깐 누워서 쉬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러라고 하고는, 내가 있는게 불편하구나. 내가 빨리 가고 그냥 편히 쉬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들어 슬슬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손을 내밀었다. 너도 편하게 누워서 쉬라고 다정히 웃어주고는 같이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정말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학생 때는 여자애들하 말도   섞던 애가 먼저 손도 내밀  알고, 많이 변했구나?

편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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