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깜빡인다.
빛이 그대로 가만 있으면 차라리 풍경에 스며들어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을텐데,
자꾸만 깜빡거리니 온 감각이 그 빛으로만 쏠린다.
그냥 처음부터 그 불빛이 그 곳에 있다는 걸 몰랐다면 그만이었을 것을.
빛이 깜박거림을 멈추고 더 크고 환한 빛이 되어 언제나 나를 비춰줄 것인지,
혹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없었던 듯 소멸하여 버릴지 모른다는 게.
그 빛이 더 이상 깜빡이지 않는 때가 올 때, 그 빛이 그 곳에 남아있을지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게.
나에게로 향하는 누군가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알 것 같다가 모르게 되어버리는 게 너무도 어려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