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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n 15. 2017

꿈 일기 #7



두려운 상황을 피하려 어딘가로 숨었다.

원치 않은 누군가가 나를 자꾸만 쫓아오고 있었다.

군데 군데 찣겨진 옷자락을 움켜 쥐고. 두려움 반, 독기 반으로 부풀어 오른 내 몸뚱아리를 한껏 웅크리고. 숨 죽여 울고 있는 내가 숨은 곳으로, 그 사람이 찾아왔다.


처음엔 그 역시 나를 쫓고 있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잔뜩 날이 선 눈빛으로 허공 어딘가를 노려보며 누구 하나 날 건드리려거든 내가 추악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보게 될 거라며 가시 돋힌 말들을 토해내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너에게 추악함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세상이, 사람이- 때로 나를 그렇게 몰아가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경계를 풀고 처음으로 그를 제대로 보았다. 항상 가볍게만 느껴졌던 그 사람이 그 누구 보다 묵직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 정말로 날 좋아해요?'


진지했던 얼굴에 다시금 장난스러운 어색함이 감돌며 멋쩍게 웃어버리고 마는 그.

에이 역시 아니네, 하며 시선을 땅으로 거둔 나의 손을 그가 잡았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무말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뾰족했던 내 마음이 자갈처럼 동그래졌고, 우린 그렇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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