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가도 야속해 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운명도 있지만, 어떤 사람을 보내주어야 하는 운명도 있잖아요.
운명적인 힘에 이끌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 사람은 내 운명이니까,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을거야 하며 상대방, 그리고 이 관계에 대한 어떤 강한 믿음을 갖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때로는 그 사람과의 사랑 그 자체 보다도 그 사람이 내 운명임이 확실하다는 나의 믿음에 얽매여 버릴 때가 있지요. 이 사람과 나는 분명 인연인 것 같은데 왜 자꾸 나를 밀어내려 하지? 왜 나를 알아봐주지 않지? 하면서 혼자 쌓아놓은 믿음의 벽 안에 갇혀 현실을 자꾸 외면하는 거에요. 그런데 결국엔 그렇게 다들 내 곁을 떠나죠. 그럼 그땐 또 이렇게 생각해요. 이 사람이 정말 내 인연이라면 지금 이렇게 떨어지게 되어도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우린 운명이 아닌 우연이었나봐요. 아마도 우린 영원이 아닌 여기까진가 봐요'
하고선 그렇게 털어내고 또 다른 인연을 기다리고.
인연 보다 더 한 필연 같은 존재를 마주치게 될 때까지 우린 모두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사는 것 같아요.
now playing_ 넬, 멀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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