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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l 13. 2017

밴쿠버에서 만난 샹송 할아버지


줄곧 혼자서만 여행을 다니다가, 처음으로 동생과 단 둘이 북미 여행을 떠났었다.

2주 남짓 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뉴욕을 시작으로 캐나다를 동에서 서로 횡당한 우리의 마지막 종착 도시는 바로 밴쿠버였다. 처음으로 동생과 둘이서만 이렇게 긴 시간을, 그것도 낯선 곳에서 함께 하면서 우리가 가족이지만 참 다른 점이 많구나, 하는 걸 깊이 깨닫고 난 여행의 후반부-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를 구경하러 갔다. 마켓 구경도 하고, 유명하다는 피쉬 앤 칩스도 먹고. 그리 넓지 않은 그랜빌 아일랜드를 여유로이 한 바퀴 둘러본 우리는 바다를 향해 섰다. 구름이 살짝 끼어있긴 했지만 비교적 따뜻하고 선선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마켓에서 사 온 음식 먹으며 수다를 떨기도, 그 음식 냄새를 맡고 몰려온 갈매기 떼를 보며 꺄르르 웃기도 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딘가에서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버스킹이라면 자동 반사 하듯이 그 앞에 이끌려가는 나 답게, 나는 당장 동생을 붙들고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따라 나섰다. 머리가 하얗게 샌, 검정색 코트를 점잖게 입은 한 할아버지가 여유로이 기타를 연주하며 샹송을 부르고 있었다. 아, 이렇게 좋은 날씨에. 이렇게 평화로운 바다를 배경으로. 샹송이라니! 그 풍경과 그 순간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어서 나는 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듯 간질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나를 동생은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 풍경이 어찌나 따뜻한지를, 지금 이 풍경이 이 여행이 끝난 후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거라는 것을, 나만 느끼고 있구나. 같은 여행을 다녀도 사람 마다 감동을 느끼는 부분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이 또 한 번 재미있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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