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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l 22. 2017

베른 하우스



스위스 수도 베른에 입성,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오밀조밀 파스텔 톤의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는 매우 조용하여 내 캐리어가 도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내가 묵기로 했던 집의 주인 아저씨 크리스토퍼가 마중을 나왔다. 하얗다 못 해 살짝 붉은 기운까지 있던 크리스토퍼 아저씨는 키도 크고 훤칠한 미남형 남자였다. 반가운 악수를 나눈 후 내 짐을 덥썩 들어주곤 앞장 서는 크리스토퍼 아저씨를 따라 민트색과 하얀색이 예쁘게 섞여 있던 2층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지낼 방과 거실, 부엌, 그리고 2층 야외 테라스까지 집의 구석 구석을 찬찬히 소개해 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조심스럽고 정중하던지 베른에서의 여행이 벌써 부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잔뜩 만족스러운 기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콩트 한 편을 찍었으니, 방에 짐을 대충 풀고 화장실에 갔는데 다시 나가려고 하니 문이 열리질 않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덜컥덜컥 애꿎은 문고리만 돌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윗한 아가씨야 당황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곤 점점 멀어지는 할머니의 목소리. 잠시 후 화장실 바깥쪽 창문을 타고 할머니가 들어왔다! 거실 창문으로 나가 화장실 창문으로 벽을 타고 들어오신 거였다. 이게 웬 황당한 일인지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당황했던 마음 따위는 금세 날아가버리고 호쾌하게 웃으며 주인 할머니와 그렇게 첫 인사를 나누었다. 


따뜻한 풍경 못지 않게 따뜻한 사람들이 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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