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킁개 Jan 14. 2023

노을의 시간

공허함이 따뜻함으로.

해 질 녘의 노을이 지는 시간이 너무 싫었던 적이 있었다. 나에게 해 질 녘은 뭐랄까 끝이라는 느낌에 힘이 빠지고 우울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아주 아주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해가 질 때쯤이면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서 걸었던 그 논두렁길의 쓸쓸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땐 그 기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그 느낌이 싫었다.


텅 빈 그 길 위, 내 키보다 길어진 그림자를 보며 느꼈던 그 기분은 공허함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내 그림자가 길어지는 그 시간에 혼자 있으면 우울한 감정이 들곤 했었다. 두부가 내 곁에 있기 전엔 말이다.


두부와 함께하는 동안 내가 느꼈던 그 감정들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찍었던 두부의 사진 혹은 그 시간에, 그 공간에 나와 함께 있는 두부를 보고 있자면 사랑스러움과 따스함의 감정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두부가 그 시간, 그 감정들을 무겁고 우울한 느낌에서 따뜻하고 포근함으로 바꾸어주었다. 내가 보정한 두부의 사진들은 나도 모르게 대부분 노란색감들이 많이 들어가는데 아마 이런 이유인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그 따뜻함에 두부가 있어서 너무 좋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 어디 갔다가 왔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