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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Jan 16. 2023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킁개! 내가 다 이겨!


지금은 TV가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몇 년 전 광안리에서 살던 집은 기본 옵션으로 벽걸이 TV가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 같다. TV를 시청하진 않지만 TV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으니 습관적으로 켜둔다는 것을. 


그날 저녁에도 습관적으로 TV를 켜두었는데 나와 놀고 있던 두부가 갑자기 두부가 유심히 TV화면을 주시하다가 짖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연이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TV를 보는 빈도가 늘었고 한 번씩 화면을 보고 짖었다. 두부도 TV를 보고 듣고 반응한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강아지들도 사람과 같이 원추세포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는 삼원색 중 빨강을 인식하는 세포가 없어 자연스레 붉은 계열의 색상은 구분하지 못하는 적색맹이지만 나머지 색상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화면을 보고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상황이 익숙해지니 두부가 어떤 장면에 반응을 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TV화면에 동물(특히 개, 고양이, 맹수)이 나오거나 이상한 분위기(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 같은)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자주 반응했었다. 


한 번은 TV에 방영하는 대호라는 영화를 침대에 누워 함께 본 적이 있는데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일어나 화면을 향해 엄청 짖다가 나를 한번 돌아보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게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속담일까? 


그 상황이 너무 웃겼지만 한편으론 마치 킁개 쟤 뭐야. 이상해! 내가 지켜줄 거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귀여워서 두부를 꼭 끌어안고 쓰다듬어주었다.


맞다.

그냥 내 상상이고 내 마음대로 해석이지만 꿈보단 해몽이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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