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생활글1 08화

가족세우기

생활글_20150912

by 히요

감정은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긴 여운으로 남는다.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되면 나는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 나는 자주 내안의 무기력과 싸워왔다. 9월 첫 주, 지리산으로 가족세우기 워크샵에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이야기 들어왔고 몇 명의 가까운 친구들이 다녀왔다는 소식도 들어왔었는데 때가 되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나는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가기 직전, 나는 주체할 수도 없고 억누를 수도 없는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토해놓았다.

신경쇠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최악이었다.


금요일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함양으로 갔다. 너른 들판과 품에 안길 수 있을 만큼 넓은 하늘 아래에 서니, 그동안의 피로는 없었던 것 처럼 편안해졌다. 자연의 에너지는 그렇게 맑았다. 3일간 머무를 곳은 워크샵이 열리는 마을회관 근처에 사시는 분의 댁. 남원시 산내면에 있는 집. 짐을 풀고 가까이에 있는 실상사에 들렸다가 마을카페 [토닥]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청춘식당 [마지]에서 저녁을 먹고 캄캄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왔다. 가로등도 많지않은 시골길에서 나는 반딧불이도 보았다. 깜빡깜빡 불빛을 따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우연히 루돌프슈타이너의 책을 보게되었다. 고요하게 잠을 자고 깨어난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이틀간 하루 8시간의 워크샵. 춤도 추었고 가만히 눈을 감고 내 안을 들여다보기를 여러번, 눈을 뜨고 내게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바라보았고 일상속에서 감히 드러내기 힘든 아픔과 슬픔과 두려움과 불안과 공포를 몸 밖으로 꺼냈다. 무척이나 서툴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일요일 저녁, 일시적이겠지만 몸의 감각이 조금 열린 느낌이었다. 긴장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사람의 분노나 두려움과 공포와 불안이 전보다 더 잘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것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리산에 다녀와서 일주일 간, 그 언제 보다도 편하게 시선을 또렷하게 수용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빌렸고 어차피 해야할 일들은 힘들다기 보다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으며

나를 위한 타로를 보았다. 작업실의 크고작은 서랍 안을 전부 정리했다. 몸으로 집안일을 했으며, 자주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숨이 멈춰있다고 인식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커피생두를 주문해서 콩을 볶아서 커피를 내려마셨다. 춤을 추기위해 작은 스피커를 하나 구입했다. 누군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릴때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때문일까? 근본적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생활이 조금 단조롭다 느낄 정도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 정말로 몸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단식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코코넛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엄청엄청 오랜만의 일이다!) 올해는 부산영화제에서 보고싶은 영화를 한 두편보기로 마음먹고서 홈페이지에서 상영작 정보를 보면서 즐거웠다. 그리고 한가지 발견! 2013년 9월 나는 정호쌤을 따라 홋카이도의 인지학공동체 히비키노무라에 다녀왔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그 인지학에 대하여...루돌프슈타이너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신기할 노릇이다.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이 좋다.

편하고 자유롭고

keyword
이전 07화말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