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_20150829
출근하기 전,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쌌다. 가능하면 체질식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4일째 되는 날. 전날 만들어 둔 무나물, 메추리알조림, 당근양배추피클, 묵은지 참기름 무침, 된장국까지 통에 담아 1.5인분 정도를 준비했다. 직장은 그날의 사정 따라 외식을 하게 될 지도 모르고 누가 함께 점심을 나누어 먹을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1.5인분을 준비한 것이다. 나 혼자 먹을 것처럼 이기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조금만 보태면 두 사람은 적당히 먹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양이 편했다. 오전부터 1시가 넘을 때까지 바빴다. 시에서 지원받은 사업의 정산보고서를 오늘 중으로 마감하기 위해 정신없이 작성하고 있었고, 직장의 대표 K는 점심 약속으로 밖에서 외식을 하고 돌아왔으며 여전히 맞이할 손님이 카페에 많았으므로 인턴 M과 나에게 밖에서 점심을 사먹고 오기를 권유했다. 도시락을 싸왔으니 한 가지 음식을 테이크아웃해서 4층의 빈 공간에서 먹고 오겠다 하였지만 한사코 밖에서 먹고 오라는 말에 하는 수 없이 나의 도시락은 저녁에 먹기로 하고 인턴 M과 함께 일본라멘 가게로 갔다. 먹기로 했다. 내 사정만 주장하고 있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6시 퇴근 후,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동네주민 A를 보러가기로 했다. 7시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기로 한 H와 저녁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김밥을 4줄 내가 사가서 나눠 먹기로 했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하지만 나에겐 제때 먹지 못한 점심 도시락이 있었고 김밥을 사지 않았다. 근데 이게 오로지 내 생각이었던 것이다. H는 김밥이 먹고 싶었는데 왜 사오지 않았냐 투덜거렸고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래 두 줄을 샀어야 했어. 그렇게 토라져서 결국 나는 도시락을 까먹을 기회를 다시 놓쳤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에 다시 반찬을 넣었다. 혹시나 상했을까 걱정하면서. 그날 저녁 내내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고 결국 도시락은 24시간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집안 식탁위에서 뚜껑이 열렸다. 밥은 살짝 쉬려는지 시큼한 냄새가 날 것만 같았고, 반찬은 아직 괜찮아 보여 씩씩하게 먹기 시작했다.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이었다. 절반 이상을 남기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만 했던 한 끼의 도시락 앞에서 나는 시무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