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생활글1 04화

월급과 바꾼 것

생활글_20150718

by 히요

무엇을 쓸까 생활글 소재를 고르기만 하고 사색은 전혀 할 수 없다니 가난하다. 생각은 들기만 하고 외출하지 못한다. 일상이 이렇게 퍼석퍼석한 식빵같고 유쾌하지 않다. 가지고 싶은 물건을 샀고 그 돈을 갚기 위해서 나의 8월을 반납한다. 남은 건 출근뿐. 쇼핑을 그만 둬야 하는데...빈궁할 때 쟁여둔 욕망을 지금 수시로 꺼내 쓰고 있다. 어쩔 수 없거니 해야한다면 즐겁게 하자. 언제나 중고를 선호했는데 이번 집에서 새 제품의 세계로 입문했다. 세탁기, 선풍기, 제습기 그리고 흔들의자. 하나를 제대로 사서 오래 쓰는 것도 좋지. 2주 후에 배달이 온다. 너무 갖고 싶었던 흔들의자가. 인도네시아산 파격할인! 223,000원. 넉넉한 사이즈 마호가니 나무로 깎은 짙은색의 고풍스러운 의자다. 마트를 돌아다니다 발견하곤 바로 앉았다. 끄덕끄덕 쉬었던 짧은 순간 나는 이것을 사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이만한 가격에 원하는 디자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돈과 바꾸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한꺼번에 배송하기 때문에 2주 뒤 수,목요일 쯤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기다리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쿠바에 갔을 때, 집집마다 있었다. 흔들의자에 시간을 느긋하게 올려두고 몸과 함께 바람을 타는 일. 그것이 그리워서 지금까지 생각날 때마다 흔들의자를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7월 17일 부산 광복동 롯데백화점 안에서 만났다. 과연 적절한 만남이었는지는 내 앞에 정확히 도착해야만 알 수 있을 테니 지금은 행복하게 기다려야겠다. 집은 이미 기존의 가구와 짐들로 빼곡하지만 의자 하나 정도를 놓을 공간을 만들어야해. 작업실 책상을 옮기고 창가에 두어야겠다. 캔버스를 벽 쪽으로 새우면 흔들거릴 수 있는 좋은 자리가 생길 거라고 설레발도 쳐본다. 아, 얼마나 좋을까. 모든 쇼핑이 다 불온한 것은 아니야. 월말까지 전기세,가스요금,휴대폰요금,치과진료비,보증금반환청구소송비를 남겨두어야 했는데...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나를 도울 것인가 배신할 것인가. 무사히 8월 1일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8월 1일은 월급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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