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금을 살핍니다.
서울이 참 많이 복잡하다는 말에, 내가 사는 여기 부산도 만만찮게 북적거린다는 생각을 했다. 7시 퇴근길 지하철은 만석, 요즘 멀리서 들려오는 김포골드라인 소식만큼 까득차지는 않았어도 앉을 자리는 없다. 길거리엔 나무도 풀꽃도 별로 없고, 자연 생태계는 산복도로 너머 산으로 가야 만날수 있는 여기는 도시다. 다행스럽게도 바다와 강과 산과 숲이 어디든 30분 거리에 있지만, 도시 풍경은 나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 넋놓고 멍때리며 다니다보면 금새 마음이 딱딱해진다. 정신챙기고 그래도 아름다운 것, 사랑이 넘치는 장면을집중해서 찾아다니며 그나마 한 숨을 놓는다. 딱딱한 심장이풀어진다. 부산이란 도시에 정착하고 10년을 넘기면서 이상하게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왜? 왜일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주 떠올린다. 꿈처럼 떠났던 꿈에 그리는 그 길. 10년이 지나니 다시 가고 싶다. 너무 너무 가고싶어졌다. 길었던 도보 순례가 힘들어서 뒤도 안돌아보고 돌아올땐 언제고 이제 다시 가고 싶어 안달난 마음을 지켜보고 있자니, 역시 마음은 참을수 없이 가볍구나. 이번 주말에 “엘카미노” 영화를 보러갈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자연이었던 그 시간과 공간을 눈에 담아올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2023년이라는 시간속의 나는 무엇을 하며 있는가? 충분히 즐겁고 의미있는가? 내 대답은 음, 아직요. 몇해전 우울로 힘들었던 그때보단 낫지만 아직요. 회복이 덜 된 거 같아요. 하지만 진짜 조금씩이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내 시야를 채웠던 안개가 걷히고 있는것 같은데, 아직은 완전히 쨍하게 맑지는 않고, 간간히 햇살이 스며드는 흐린날, 그런 날씨에요. 바람도 좀 불구요. 빛을 쫒아다니며 겨우 몸을 데워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맛있는 커피와 책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