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방 서어커스

우리도 장터로 나가보자!

by 히요

재밌는 일을 어딘가에서 꾸준히 하다보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전국 여러 군데서 소식을 듣고 찾아오거나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들과 한번 보고 두 번 보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한 시절 재밌는 일을 같이 도모해보기도 한다. 역시 무슨일이든 집중해서 꾸준히 하는 자를 이길 수 없나 보다. 생각다방도 2011년부터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거의 모든 활동을 홍보하고 친구를 사귀고 기록을 해왔다. 그래서 부산뿐 아니라 제주에도 서울에도 대전에도 함창에도 진주에도 전주에도 인연이 생기게 되었는데, 2014년 여름 무주에서 연락이 왔다.

무주 산골영화제 기간 중에 반딧불이 시장에서 ‘별보고 장보고’ 라는 아트마켓을 열 예정이니 다방의 친구들이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마침 매달무사히 보내기 위해 사부작 뭔가 만들고 있었는데, 이참에 상품을 왕창 개발해서 들고나가볼까? 잠자리도 제공해 준다하니, 재밌겠다! 어때? 가자! 집사람들뿐만 아니라 ‘산복도로프로잭트’ 에서도 부산오뎅을 들고 함께 무주로 가보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날까지 공장 풀가동! 생각다방드립커피/운세뽑기/자수놓은손수건/럭키양말/생각다방라이터/까치담배/컵홀더/세쪽책/사진포스터/그림/상자문방구/이동을위한전시/천으로만든컵홀더/자운고연고/콘돔케이스/커피주/강정실리콘컵 팔 수 있는 건 뭐든 다 가지고 갔다. 박스 뒷면에 마카로 쓴 가격표를 앞에 두고 소꿉장난하듯 노점을 열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둘러보셨지만 대부분 구경만 하고 가셨다. 하하하. 노점 옆에선 바이올린과 기타 연주로 노래를 부르고, 각지에서 모인 셀러들과 인사하고 서로 구입해주며 이틀을 보냈다.


인건비도 안나오는 일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이왕 놀러 가는 거 재밌는 거 들고 가면 좋으니까! 그렇게 재고가 남았다는 핑계로 우리는 상주에서 열리는 축제에 또 한번 참가했다. 팀 이름을 ‘생각다방 서어커스’ 로 지었는데, 그래서인가 정말로 들고 다닌 물건이나 차림이 꼭 서어커스 단원들 같았단 말이지. 장소가 있어 자주 움직이지 못하니 언제나 맞이하는 입장에만 있다가, 직접 길로 나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새롭게 즐거웠다.





걱정다방 죽음극장

걱정다방 죽음극장 친구들, 안녕하신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는 그대들을 걱정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네. 게다가 그대들은 전혀 죽을 맛을 느낄 리 없지. 마음의 소리를 좇으며 살아가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니.

그대들이 우리 정착민에게 올 때는 내려앉을 듯 덜그럭거리는, 연식이 까마득한 차를 타고 와야 하네. 트렁크에는 기타와 바이올린과 물감이 잔뜩 묻은 청바지, 또 낡은 냄비와 담배냄새 찌든 올 풀린 모자가 있어야 하고, 얼굴과 목, 옷소매 끝 즈음의 피부는 경계선이 분명해서 햇살을 피하지 않은 증거를 새기고 있어야 된다네, 기미가 슨 뺨 위로 눈빛만은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할 것이며 커피와 니코틴으로 착색된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야 하네.

푸른 상추 잎만 먹고 불러도 노래는 기름져야 하네. 바이올린 소리는 깃털처럼 고와도 그녀가 입은 옷에서는 땀 냄새가 나고, 접시에 담긴 부드러운 암소고기는 수채화 물감일 뿐인, 부당한 인생을 살아주게나.

그렇게, 우리를 구원해 주게나.


제8호《생각산책》「자깔자깔」, 박계해 (함창 카페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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