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코엔지 그리고 마츠모토 하지메!
2011년, 모르는 채로 뭐든 해보던 시절이었다. 우연히 접한 『가난뱅이의 역습』 이란 책 한권을 단숨에 읽고, 어떤 짜릿함과 든든함을 느꼈는데 인연은 만들어 가는 것! 그 해 부산에 마츠모토 하지메씨가 왔다. 이건 기회야! 우리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이미 하고 있는 인생 선배를 꼭 만나보고 싶었다. 몇 년 전 일본 도쿄 그것도 코엔지라는 동네 언저리에서 살며 익힌 일본어를 드디어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어쩌면 그래서 내가 일본어를 공부했나? 생각 할 만큼 설레었던 기억. 장소가 있어 좋은 점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밌는 곳이 있는데, 놀러 올래?’ 그날 하지메씨를 다방으로 초대했고, 그는 역시나 친구들과 함께 다음날 바로 들러주었다. ‘내가 쓴 책을 읽고 만들었다고? 스게~(멋져)’
그 후로도 우리가 도쿄에 가면 그는 항상 ‘놀러와 줬으니까 내가 술 한 잔 사줄게! 잘 곳이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자도 돼! 친구가 하는 재밌는 장소를 소개해 줄게!’ 그래서 나도 부산에 그가 오면, ‘밥은 내가 살게, 차 마시고 가, 피곤하겠다 낮잠 좀 잘래?’ 뭐든 주고 싶은 마음이 퐁퐁 솟아나왔다. 어느 날 그가 그랬다. “居心地がいいね(여기는 집처럼 편해)”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2012년 코엔지를 방문했을 때, 늦은 밤 둘러앉아 나누었던 희망이 2016년 ‘No Limit Festival*’ 로 현실이 되는 마법! 그는 동아시아 지도를 그리고 싶어 했고, 공통으로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든다면 밥이 담긴 그릇의 모양이 하나 두 개 세 개 그려져 있어서 환율과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어느 나라를 가도 밥 한 그릇과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경계 없는 축제’에서 직접 만든 여권을 나누어주고는 축제기간 중 무엇이든 공짜! 프리패스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놀러 온 각국의 친구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끼니를 채울 오니기리를 나누어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술 한 잔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목적 없는 환대. 함께 간 준과 팟캐스트 라디오 녹음을 하며**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고 그는 답했다.
“저는 하지메씨를 봤을 때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남들이 봤을 때는 힘들고 어려워 보일 수 있는 일인데도 끝까지 의무라기보다는 자발성을 계속 지켜나가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10년 정도
전에 이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남들이 보았을 때는 크게 흔들림 없이 계속 해오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데 재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동료나 친구가 곁에 있다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아주 슬프거나 힘든 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사라지거나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여지와 공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점이 굉장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전달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네, 그러면 오늘 라디오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팟캐스트 <네시이십분 라디오> 녹음 중 준의 마지막 멘트
2016.9.12. @manuke guesthouse
항상 연락이 닿지는 않더라도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안심, 그것이 내 불완전한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고마워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중입니다.
사람과 동료가 여기저기서 모여서 “와, 여기다, 여기야!” 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는 걸 잊으면 안돼! 굉장히 멋있거나 세련됐거나 넓거나 공짜라고 해도 내용이 텅텅 비어 있으면 그런 공간은 금세 망해. 아니 애시당초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반대로 말하면 동료(아니면 혼자라도)와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면 거의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지. 알맹이와 물건이 어울리지 않으면 공간을 계속해서 옮겨가면 돼. 뭐야 간단하잖아!
『가난뱅이-자립-대작전』, (마츠모토 하지메 저, 장주원 역, 2017) 230쪽
*<No Limit> 도쿄자치구(Tokyo autonomous zone)라는 타이틀로 2016년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코엔지와 신주쿠, 쿠니타치, 시모키타자와 등 도쿄 내에 있는 재미있는 장소들에서 음악공연, 전시, 토크쇼, 워크숍, 야외이벤트, 영화상영 등 전방위 축제가 열렸다. 한국을 포함하여 대만, 상해, 홍콩, 말레이시아, 독일 일본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내가 들은 숫자만으로도 180여명이다.
**2012년 1월 시작한 팟캐스트 <네시이십분 라디오>, 나는 41회 김한민 『카페 림보』, 43회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라디오를 함께 녹음하였다.